검찰이 제주 4·3 수형인들에 대한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항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돼 제주지법에서 재심 형사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6일 “재심개시 결정문을 살펴본 결과 즉시항고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이 있으면, 결정을 고지받은 지 3일 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재심 개시 결정은 그대로 확정된다. 검찰은 4·3 수형인들의 재심이 청구된 뒤로 한 번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제갈창)은 지난 3일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는 제헌헌법 및 구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재심 사유가 존재한다”며 4·3 수형인 18명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4·3 수형인들은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서 내란죄, 간첩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국 형무소에 수감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재심을 청구했으나 공판 기록, 판결문 등 재판 관련 자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검찰은 법원이 과거사 사건의 재심 개시를 결정해도 불복해 항고로 맞섰다. 2009년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강기훈씨의 재심 개시가 결정됐을 때도 검찰은 즉시항고해, 2012년에야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됐다. 검찰이 항고하지 않았더라면 강씨는 3년을 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검찰은 재심 개시 결정에 항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재심 무죄 판결에도 항소나 상고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조작간첩 피해자 김승효씨의 재심 사건에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하기도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