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천억원대 수익을 올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1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여개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43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ㄱ(43)씨 등 조직원 65명과 고액·상습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 75명 등 140명을 붙잡아 이 중 운영진 11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ㄱ씨와 사장 최아무개(44)씨 등은 도박 사이트 서버는 일본과 홍콩에, 사무실은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을 ‘회원 모집팀’, ‘대포계좌·폰 구입팀’, ‘국내 인출팀’ 등으로 고용한 뒤, 스포츠 경기의 승패 등에 따라 돈을 건 이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형식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20여개를 운영하면서 총 43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현행법상 스포츠 경기 베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만이 합법이다.
이렇게 얻은 수익금 가운데 일부는 1000여개의 대포통장으로 이체해, 한국에 있는 인출책이 현금인출기 한 대당 500만원씩 하루 2000~4000만원까지 인출해 매달 초 ㄱ씨 등 운영진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경찰은 ㄱ씨 등이 이렇게 얻은 이익으로 강남의 고급아파트 5채, 제주도 땅 400여평, 스크린골프장 등 부동산과 수입차량 15대 등을 구입하고 현금 45억원가량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사장 최씨 등 일부 운영진은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수십억원을 정선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금 약 34억원 등 40억원 상당을 압수하고, 부동산과 차량 등 약 91억원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되면 몰수하는 기소 전 몰수보전을 한 상태다.
이 밖에도 경찰은 관련 계좌 400여개를 분석해 1만5000여개의 계좌와 명의자를 특정해 4000만원 이상 고액 배팅을 하거나 상습적으로 베팅한 75명도 붙잡았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1억원 이상을 베팅한 사람이 30명 이상이고 수억원을 잃은 이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한 이들 가운데에는 고등학생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최씨 등 일부 운영진을 구속하고 회장 ㄱ씨에 대해서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 도박 사이트들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압수수색이나 사이트 폐쇄 등의 조치가 어렵지만 폐쇄조치가 가능한 사이트에 대해선 즉각 폐쇄조치를 했다”며 “향후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여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에 대한 과세를 유도하고 은닉한 자금에 대해 철저하게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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