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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는 되고 ‘전관’ 변호사는 안된다?…법원의 이상한 영장 기준

등록 2018-09-07 10:55수정 2018-09-07 13:44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
재직시절 판결 기밀문건 수백건 유출
법원 “기록물법 위반 아냐” 영장 기각

이 전 대통령 ‘영포빌딩’ 기록물 유출엔
검찰 청구 당일 곧바로 압수영장 발부

판사들 “변호사 영업수단 가능성” 비판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원이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시절 재판기록 수백 건을 빼돌린 의혹을 받는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제동을 걸자, 판사들 사이에서는 “대법원 근무 경력을 이용한 불법 영업의 위험성을 법원이 묵인했다”는 비판이 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비슷한 영장 청구 조건에서 압수수색을 허용한 선례에 견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일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박채윤씨 특허소송 대법원 재판기록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 관련해 유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그가 대법원 재직 시절 다른 재판연구관들 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수백 건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영장을 별도로 청구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기각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때는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비교적 ‘수월하게’ 내줬다. 검찰은 지난 1월 이 전 대통령 차명 소유 의혹을 받는 다스 계열사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불법자금이 청계재단이 있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쪽으로 유입된 단서를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다스 미국 소송비 68억여원을 대납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발견했다. 이에 압수수색 영장을 별도로 청구했고, 당일 발부받아 집행할 수 있었다.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은 재판연구관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별도로 사건을 맡지는 않는다. 공무원이 퇴직하면서 다른 공무원이 작성한 기밀문건을 빼돌렸는데, 이를 두고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실상 유출행위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 판사는 7일 “비공개인 판결문 초안은 물론, 대법관들 합의의 기초 자료가 되는 연구관들 보고서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기밀’이라는 이유로 일선 판사들에게 판례 연구 목적으로도 제공되지 않는 연구관 보고서를 빼돌린 것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오히려 퇴직 판사의 문건 유출 의혹은 더 엄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법관이 재임 시절 확보한 자료는 그 자체로 변호사 영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고법 부장으로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까지 지낸 이의 행위는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고 짚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대법원에 유 변호사를 고발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법원 스스로 자료를 유출당한 당사자인 만큼, 다른 ‘사법농단’ 사안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형사소송법은 ‘공무원은 직무를 행하면서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는 고발해야 한다’는 고발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고발 요청을 접수한뒤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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