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베트남 불교 ‘원오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베트남전쟁 양민 희생자 추모제’를 열어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의 명복 빌고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며 추모의식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종교계가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는 “한국 정부는 공식 사과하고 진상조사 및 국가배상 진행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열린 ‘베트남 전쟁 희생자 추모제’를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베트남 불교 ‘원오사’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의 주최로 열린 이번 추모제에는 두 나라 스님들을 포함해 200여명의 베트남 유학생, 노동자 등이 참석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렸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은 비무장 민간인 9000여명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감의 뜻을 전하긴 했지만, 한국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없었다.
추모제에 참석한 한국 스님들은 베트남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한국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배상을 촉구했다. 조계종 사노위원장인 혜찬스님은 추모사에서 “한국은 베트남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투입했다”며 “올해는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135명이 숨진) ‘하미마을’ 양민학살 사건 50주년이다.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영령과 후손들에게 참회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계종 사회부장 진각스님은 “한국 정부는 희생자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희생자 유가족 등을 상대로 정중한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트남 불교협회 의식부 부회장 ‘틱 푸옥 치’ 스님도 “한국 사람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반성하고 양민들의 아픔 줄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부처님 제자로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평화롭고 밝은 미래로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 관계자는 “반성과 참회,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추모제를 진행했다”며 “내년에 베트남 현지에서 양민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를 봉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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