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출처: 김학용 페이스북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논란이 된
‘저출산 대책’ 발언과 관련해 실제 자신의 발언과 의미가 다르게 전달됐다며 당시 회의를 기록한 녹취록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그 말이 그 말”이라며 되레 거센 비판을 내놓고 있다.
기존에 논란이 된 발언들은 크게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세대와 가치관이 달라 자기 행복이 중요해 아이를 안 낳는다”와 “출산하면 집 한 채 지급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등의 두 가지 내용이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임신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겪는 불편한 시선을 지적하고 출산 휴가에 대한 제도적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행복 추구가 “덜 낳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출산이 행복 추구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게 된 이유나 사회적 요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 수당을 대폭 늘려 출산 유인을 늘리자고 제안한 점은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았다.
먼저 김 의원이 출산 수당과 관련해 “10만원~20만원 준다고 사람들이 애를 낳겠나”,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을 모아서 아이를 낳은 가정에 5000만원, 1억원을 지원했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 보도된 부분에 해당하는 발언은 아래와 같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 첫 번째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 두 번째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동안 쏟아부은 돈을 가지고 한사람 앞에 5000만 원씩을 줬어도, 1억씩을 줬어도 지금보다는 아마 더 출산율이 나아졌으리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여건을 바꾸는 것과 병행해서 이 출산의 소중함, 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뭔가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되지 않을까….
연속극만 봐도 꼭 하나 있는 가정만 나올 게 아니라 네 명 다섯 명 낳은 가정이 나와서 행복한 모습을 좀 보여주고, 만화가 됐건 광고가 됐건 그런 것도 하고, 제가 늘 주창하는 거지만 다둥이에 대해서는 (우리 보건복지부랑 연관이 있습니다만) 장애인카드와 똑같은 걸 만들어서 파격적으로 불편하지 않게끔. 뭐 에버랜드나 놀이동산 가도 장애인석 있는 것처럼 다둥이석을 만들어서 주차도 편하게 해주고 정말 할인도 어마어마하게 해주고. 이런 어떤 자긍심을 갖게끔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창피하다는 거다. 한 세 명 손잡고 다니면 쳐다보는 눈도 그렇고…”
“특단의 대책이 아니고서는 상식적으로 10만원 20만원 나눠주는… 아니 지금 10만원 20만원 받으려고 애 낳는 사람이 누가 있나. 말이 안 된다. 시원하게 해야 한다.
하나 낳으면 대학까지는… 둘째부터는 대학까지 다 가르쳐준다거나, 아니면 집을 한 채씩 준다거나, 뭐 이래야지 의식이 안 바뀌어도 솔깃해서 젊은 부부들이 ‘아 이거 한 번… 여보 우리 애 하나 더 낳아볼까’ 이러는 거지”
‘한 명 출산에 5000만원에서 1억 지급’ 아이디어나, 기혼 부부에 대한 출산 수당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취지는 보도된 바와 같았다. 여기에 ‘아이 많은 게 남 보기에 창피해 출산을 기피한다’는 다소 엉뚱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김 의원은 청년들이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해당 내용을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발언을 녹취록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물론 여러 가지로 애 키우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옛날에 우리 부모님들이, 지금도 애 키우기 좋아서 많이 낳나. 저는 가치관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옛날에는 태어나 가지고 자식새끼 많이 낳아 그 자식들 중에서 정말 나는 못 배우고 못 살았지만 자식을 좋은 학교 보내고 자식을 공무원이라도 시키고 국회의원도 시키고 경찰도 시키고 돈도 좀 벌게 해서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대리만족하고 그것을 인생의 기쁨으로 아셨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게 덜 낳는 거다. 저는 후자가 오히려 더 많다고 본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출산에 대해서 정말 뭔가 찬사를 받고, 존중받는 그런 분위기를 한편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다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출산 수당 관련 제안이 아닌 직장 문화와 관련한 부분으로, 김 의원은 “대기업은 잘 되어있는데, 사실 중소기업, 그리고 조그만 데로 내려갈수록 사실 임신하고 직장 다니는 거 아직도 눈치 보이고, 또 출산 휴가 가는 거 눈치 보이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미진한 부분을 저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누리꾼들로부터 기존 발언과 녹취록이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김 의원의 녹취록 공개 기사들에는 “토씨만 다른 게 반박인가”, “녹취록을 봐도 그 말이 그 말”, “그런 뜻으로 말한 게 맞다고 확인 사살한 꼴”이라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게 덜 낳는 것’이라는 게 ‘놀면서 편히 살려고 애 안 낳는다’로 읽힌다”, “말만 길어졌지 내용은 달라진 게 없지 않으냐”는 내용이다.
“진짜로 대학까지 무상교육 해주든가”, “아동수당과 무상급식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에서 1억 준다니 그게 정상적인 의견으로 들리겠나”며 비꼬는 의견도 등장했다.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진단은 건너뛴 채 가치관 변화만 언급한 것 자체가 사실상 개인에 책임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왔다. 젊은 부부들의 가치관이 달라진 사실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처럼 당사자들의 선택이 달라진 상황과 이유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해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인식을 바꾸자’고 단순한 진단을 내린 데 대한 지적도 있었다.
“(불안정한) 시급제 일자리만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시급 조금 올렸다고 안 낳을 아이를 낳겠는가”라며 일자리 문제를 지적하는 댓글과 함께 “그래서 낳으면 키우는 건 누가 키워준다는 건가” 등 육아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건 맞지만 원인 진단이 틀렸다. 교육 제도와 사회보장 쪽의 원인부터 반성하라” 등의 의견도 등장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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