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2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치적 편향성’ 공방과 함께, 사법 현안에 대한 유 후보자의 의견을 검증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가 법원 내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회원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 편향성 우려를 제기했다. 이채익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유 후보자는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어서, 특정 집단 출신이 자리를 다 차지하면 사법부의 좌경화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한흥 의원은 “특정 집단과 가깝다는 것 때문에 편향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쪽은 유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관이 될 때 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미 끝났으며,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신동근 의원은 “재판관들이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과 견해를 갖는 것이 과연 재판에 독립성과 양심 등 이런 부분과 어긋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곽상도 의원은 유 후보자가 헌법재판소 수석부장헌법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09년 헌재의 종합부동산세 위헌심사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쪽과 재판 전에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곽 의원은 “당시 기재부가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뒤 결정 선고가 나기 전 유 후보자가 기재부 세제실장을 만나 선고일정 정보를 알려줬고, 정부가 수정의견서를 제출한 다음날 세제실장을 다시 만나 종부세 관련 통계자료도 받아 재판 전 접촉이 논란이 됐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 당시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 (재판 관련) 정보를 알려준 바 없다. 직무 처리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심리에 관한 조사 연구의 일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사법현안과 관련해, 유 후보자는 “앞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때는 기간이나 내용이 현역 복무와 등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새로 구성되면 가능한 한 조속히 평의하고 신속하게 재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성혼에 대해선 "현행 헌법과 법률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재판소원’ 허용에 대해선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 여부는 헌법정책의 문제로, 이를 허용하려면 사법제도 자체가 개편돼야 한다. 국민이 필요로 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장단점을 먼저 비교해봐야 한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을 재판관 중에서 호선으로 뽑는 방안에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헌법재판관의 결원을 대비해 예비재판관을 두는 방안이나 새 재판관이 충원될 때까지 기존 재판관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 등을 국회에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특위는 청문회 당일에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하고 인사청문 실시계획서를 채택하는 바람에, 예정됐던 증인·참고인은 부르지 못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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