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노동자 불임·유산에 국가책임 강화해야”

등록 2018-09-13 15:14수정 2018-09-13 15:31

“생식 건강 유해인자로부터 노동자와 자녀 보호”
고용노동부에 관련법 개정 권고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2009년과 2010년, 제주의 지역 거점 병원인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 9명이 유산하고 4명이 연달아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았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이듬해 ‘간호사들이 환자를 위해 빻아주었던 알약 가운데 태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성분이 다수 확인됐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유산 간호사 4명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간호사 4명이 2012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지만, 공단은 유산한 간호사만이 산재에 해당한다고 봤다.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간호사는 공단의 이 같은 판단에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서울고법은 법을 엄격하게 해석해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화학물질, 야간근무 등 ‘생식 건강 유해인자’로부터 노동자와 그 자녀의 건강을 보호하고 산업재해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의료기관 간호사 등 생식 건강 유해인자에 노출된 이들 가운데 선천성 장애아를 출산하는 사례가 있어 법을 개정해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생식 건강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이 근로자 당사자뿐 아니라 그 자녀에게도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켜 정책적으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법 개정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생식 건강 유해인자란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과 야간근무·서서 일하는 업무환경 같은 작업환경으로, 불임·유산·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 사람의 생식기능이나 태아의 발생 발육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뜻한다. 고용노동부는 총 44종의 물질을 생식 건강 유해인자 물질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 노동자들은 생식독성의 개념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등에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데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료를 기초로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가 2016년 금속제조업 및 보건의료업 종사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생식독성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 답변자는 20% 안팎에 그치는 등 난임이나 불임, 유산, 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이 업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권위는 작업장 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생식독성 물질로부터 임산부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임산부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의 폭을 넓히라고 권고했다. 또 이런 업무로 인한 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을 업무상 재해로 적극적으로 인정하라며 사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업무로 인한 사산, 미숙아, 선천성 장애아 출산 등 자녀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에게 경제적 책임과 정신적 고통을 떠넘긴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생식 건강 유해인자로부터 노동자와 그 자녀의 건강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공감이 확산돼 관련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