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영화촬영 현장에서 상대 여배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조덕제(50·본명 조득제)씨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3일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심에서 강제추행 혐의와 무고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5년 4월 영화 '사랑은 없다'를 촬영하면서 상대 여배우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고 피해자를 고소해 무고한 혐의도 받았다. 상대 여배우는 이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찰과상을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조씨는 시나리오와 콘티,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했을 뿐 실제 상대 배우의 신체를 만져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콘티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신체적 접촉을 넘어 추행의 고의를 갖고 있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신체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촬영이라고 하더라도 연기 행위와 연기를 빌미로 한 강제추행 등의 위법행위는 엄격히 구별돼야 하며, 연기나 촬영 중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조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다만 추행으로 인한 상해까지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요 부분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진술내용 자체에서 불합리하거나 모순된 부분이 없다. 피해자가 연기자로서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감내하면서까지 조씨를 허위로 무고할 이유도 없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조씨가 강제추행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추행으로 인한 상해 혐의는 무죄로 본 원심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화 촬영장과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진 강제추행 사건도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고려해 진술이 믿을 만하다면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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