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반환을 거절한다고 고객 몰래 차를 가져오면 절도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한겨레 자료사진
렌터카 회사 직원이 반환을 거절하는 손님 몰래 차를 견인해 오면 절도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자동차를 임차한 고객이 계약 해지와 반환을 거절하자 채권추심을 위임한 ㅅ신용정보 채권추심팀 직원을 시켜 차를 몰래 견인해 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ㄷ익스프레스 렌터카팀 직원 박아무개(3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박씨는 ㄷ익스프레스와 차량운용 및 업무수행 계약을 맺고 차를 빌려 차량 임대사업을 하던 강아무개씨가 2014년 10월 회사의 계약해지에도 차량 반환을 거절하자, 2015년 7월 광주 서구 한 아파트 부근에 주차해있던 차를 ㅅ신용정보 채권추심팀 직원 김아무개씨 등에게 몰래 견인해 오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박씨가 당시 강씨로부터 차를 빌려 차를 점유하고 있던 피해자 이아무개씨의 의사에 반해 차량을 몰래 견인해 이씨의 점유를 배제하고 자신 또는 ㄷ익스프레스의 점유로 옮긴 행위는 절취행위에 해당한다”며 “박씨가 차량 소유자인 ㄷ익스프레스 직원으로서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차량을 회수하려고 이런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박씨에게 (절도죄 성립에 요구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원심의 판단은 절도죄의 불법영득 의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점유 이전에 대한 점유의 명시적·묵시적 동의가 없었다면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점유를 배제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절도죄는 성립하며, 그 경우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절도죄를 인정해 박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에, 2심 재판부는 “ㄷ익스프레스와 ㅅ신용정보 사이에 체결된 채권추심 계약에 렌털물건을 임차인으로부터 임의로 회수하는 것이 위임된 업무에 포함돼 있는 이상, (차량을 회수하라는) 박씨의 지시가 계약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로 보기 어렵다. 또 ㅅ신용정보 직원의 차량 견인이 위임계약상 업무를 수행한 것이거나 박씨의 지시에 따른 것에 불과해 박씨의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대신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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