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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조덕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반민정 괴롭힌 ‘가짜뉴스’의 정체

등록 2018-09-15 13:48수정 2018-09-16 14:10

조씨 지인, 인터넷 언론사에 취업해
피해자 반민정씨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반씨 “협박녀 등으로 불리며 회복불가능 피해”
조씨, 대법 유죄 확정 뒤에도 2차 가해 계속
반씨 변호인 “명예훼손으로 고소 검토중”
배우 조덕제. 방송 화면 갈무리.
배우 조덕제. 방송 화면 갈무리.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끝날 것 같던 배우 조덕제(50·본명 조득제)씨의 영화 촬영장 강제추행 사건이 다시 시끄럽습니다.

조씨는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사랑은 없다>를 촬영하면서 상대 여배우인 반민정(38)씨의 가슴을 쥐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하고 허위 내용의 고소장으로 반씨를 고소해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강제추행 혐의와 무고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조씨와 검사 양쪽 모두의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논란이 커진 것은 조씨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되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공개 반발하고 나선 탓입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영화촬영 장면을 찍은 영상을 올리며 대중에게 다시 판단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조씨가 또다시 피해자인 반씨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등 ‘2차 가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씨의 법률 대리인 이학주 변호사는 14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조씨가 올린 영상은) 검찰이 공소 제기한 성추행과는 관련이 없다. (단순히 주먹으로 반씨의 어깨를 때리는 영상을 통해) 이게 무슨 성추행이냐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하고 있다”며 조씨를 비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그 장면을 가지고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했다는 조씨의 말도 사실이 아니”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할지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조씨 쪽에서 반씨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5월에는 조씨의 지인인 ‘개그맨 출신 언론인’ 이재포(58)씨가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기까지 했습니다. 반씨를 ‘협박녀, 갑질녀’ 등으로 매도하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반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씨의 주장이 지금도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에 견주어, 이 사건은 그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반씨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반씨는 13일 대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씨와 그 지인들이 언론을 이용해 저지른 2차 가해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고, 여전히 블로그·SNS 등에는 그 가짜뉴스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반씨는 어떻게 ‘협박녀’로 둔갑했나

성폭력 피해자인 반민정씨는 어떻게 ‘협박녀’라는 거짓 누명을 쓰게 됐을까요.

개그맨 출신으로 대중에 얼굴이 익숙한 이재포씨와 배우 조덕제씨는 영화에 같이 출연한 인연 등으로 친분을 쌓았습니다. 조씨는 강제추행 사건 이후 이씨를 만나 문제가 된 영화 촬영현장 영상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6년 6월, 이씨는 한 인터넷 언론사에 편집국장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이때 이씨의 소개로 김아무개(41)씨 역시 같은 언론사에 입사하게 되는데요. 이들은 약 6개월 뒤 퇴사하기까지 반씨에 대한 취재와 기사 작성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들이 쓴 기사는 모두 ‘가짜뉴스’였습니다. 2014년 12월 반씨가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배탈이 나 병원에 갔다가 의료 과실로 인한 피해를 입고 300만원의 배상금을 받은 일이 ‘재료’가 됐습니다. 이들은 기사에서 반씨가 마치 식당과 병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것처럼 썼습니다. “갈취 여배우”, “갑질 만행”, “목돈 챙겨”와 같은 표현이 기사 제목과 본문에 쓰였습니다. 심지어 김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직접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해놓고 기사에는 “유사한 첩보를 입수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기사에는 반씨 이름이 드러나지 않지만 당시 반씨가 출연하는 드라마 제목을 함께 언급한 탓에 사실상 반씨를 특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9일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이 반씨를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거짓 기사를 작성해 인터넷에 게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김씨에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의료진의 과실이 명확한 사안으로 (중략) 반씨가 병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사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특히 이들과 조씨와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각 기사는 피해자(반민정)가 강제추행으로 고소한 형사사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작성·게시됐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지인인 형사사건 피고인(조덕제)에게 이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김씨는 형사사건 증인으로 증언하고 그 지인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이씨가 나와의 친분 때문에 해당 기사를 작성한 게 아니고 ‘기자’로서의 소임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조씨 역시 ‘친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셈입니다. 이씨와 김씨에 대한 항소심 결과는 새달 4일 나올 예정입니다.

이재포씨가 가짜뉴스를 만든 시점부터 법정구속 되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반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법원은 “피해자가 ‘갑질 여배우’ 등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그 인격이 크게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직업적으로 (영화 등에서) ‘굳이 섭외할 필요가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며 특히 조씨와의 성범죄 진실공방 가운데 이 사건으로 인해 반씨가 가중된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썼습니다.

법원은 왜 ‘가중된 피해’를 강조했을까요. 조씨가 이 가짜뉴스를 자신의 강제추행 형사사건 재판에 계속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반씨 쪽 설명을 종합하면, 조씨는 1심 변호사 의견서를 통해 반씨가 ‘기망의 습벽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반씨가 ‘거짓말하는 버릇이 있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건데, 문제는 그 근거로 제시한 게 이씨가 만든 가짜뉴스라는 점입니다. 조씨는 항소심 변호사 의견서와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서에서도 가짜뉴스에 쓰인 식당·병원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는 평균적인 일반인에 비해 허위·과장된 진술을 하는 습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그맨 출신 배우이자 기자인 이재포씨. 유튜브 갈무리.
개그맨 출신 배우이자 기자인 이재포씨. 유튜브 갈무리.
한편, 온라인 매체들이 조씨와 같은 성폭력 가해자의 변명을 매우 중요하게 보도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하면 균형의 추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처장이 인용한 <미디어오늘>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10개월간 28건에 불과했던 조덕제씨 성폭력 사건 관련 기사는 지난해 10월13일 조씨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실명을 드러내자 1주일에 520여건으로 ‘폭발’했습니다. 한 연예 매체가 영화촬영 현장 ‘메이킹 필름’을 입수해 공개한 뒤로는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였고요.

기사의 내용도 문제였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성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이든 중학생이든 초등학생이든 상관없이 무논리로 그저 ‘억울할 수 있다, 억울할지도 모른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반씨 주장만 듣고 유죄 판결? 사실은…

문제는 김 사무처장의 비판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점입니다.

조씨는 대법원 판결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고소인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주장한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이 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증거가 없는데 주장은 누가 못하나”고까지 말했습니다. 조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씨의 말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온라인 기사들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는데요. 최근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과 신빙성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이 일자 이 사건도 같은 프레임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반씨의 법률대리인 이학주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반씨의 일관된 피해 진술과 여러 증거들이 종합적으로 합쳐져 항소심이 조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증인 신문이나 촬영 영상 분석 등이 훨씬 심도 있게 이뤄졌다”며 항소심에 (1심과 달리) 메이킹 필름이 증거로 제출됐을 뿐 아니라 실제 촬영 영상을 법정에서 상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분석 전문가와 노출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2017년 10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남배우 A씨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0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남배우 A씨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 재판부는 오히려 조씨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조씨는 사건 1주일 뒤 반씨를 만나 무릎을 꿇고 사과한 적이 있습니다. 조씨는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의 권유에 따라 영화촬영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반씨의 기분을 맞추어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가슴을 만지고 팬티 안으로 손을 넣은 이유 등에 대해 따지는 반씨의 물음에 조씨가 적극적으로 반문하거나 부인하지 않고 연기였음을 강조하기만 한 점 △해당 장면은 상반신 위주로 촬영할 예정이라 바지를 내리는 것이 필요치 않고 감독도 이를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실제로 반씨 바지를 내리려고 한 것을 인정한 점 △촬영 당시 반씨는 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음에도 벨트로 인해 바지를 내릴 수 없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한 점 등을 들어 조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반씨의 신체를 만지긴 했으나 업무, 즉 연기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는 1심의 판단을 뒤집고 “감독의 연기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거나 정당한 연기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씨가 해당 장면을 상체 위주로 찍겠다는 감독의 말을 들었고, 감독의 연기 지시에는 직접 반씨의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으라는 내용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조씨의 행동이 반씨와 합의된 게 아니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설령 조씨가 감독의 지시에 따라 그러한 행동을 했다거나, 영화가 ‘19살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전제로 촬영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해당 영화는 15살 이상 관람가 전제로 촬영) 반씨와 사전에 공유하거나 반씨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는 이상 ‘정당한 연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체 일부가 노출되고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촬영이더라도 연기 행위와 연기를 빌미로 한 강제추행 등의 위법 행위는 엄격히 구별돼야 하며, 연기나 촬영 중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배우 반민정씨. YTN 화면 갈무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배우 반민정씨. YTN 화면 갈무리.
■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 이번 판결의 의미

이제 남은 숙제는 ‘어떻게 다음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숙제에 답하기 위해 반씨는 40개월만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대중 앞에 섰습니다. 반씨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저는 이 판결이 영화계의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연기'와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은 다릅니다. 폭력은 관행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합니다. (중략)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룰을 파괴한다면 그런 예술은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이번 판결이 한 개인의 성폭력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랍니다. 조덕제의 행위,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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