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위원장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8일 회의를 열어, 오는 11월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김주영(53·사법연수원 18기)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문형배(52·〃 18기) 부산고법 부장판사 △김상환(52·〃 20기)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 등 3명을 선정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경제위원장, 금융발전심의위 위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밀알복지재단 이사, 푸르메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증권법, 공정거래법 및 상사법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밀알학교 공사방해중지가처분 소송에서 장애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받아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던 전국의 수많은 장애인 관련 시설들의 건립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부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부산가정법원장을 지내는 등 부산과 창원 지역에서 줄곧 판사 생활을 한 ‘향판’이다. 김신 전 대법관에 이어 지역 법관 출신의 대법관이 나올지 주목된다. 법원 내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2006년 창원지법의 뇌물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강화를 주도했다. 2007년 자살하려 불을 질렀다가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우리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선물했던 판결이 ‘따뜻한 판결’로 회자한다.
김상환 부장판사는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제주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판사 등을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항소심에서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물론 1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부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원심을 파기 환송했으나,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거래’ 정황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에 모두 4년간 파견근무를 했으며, 서울고법에서는 노동전담 재판부를 맡아 헌법과 노동 사건에 밝다.
임현진 추천위원장은 “작금 사법부의 명예는 실추돼 있다.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헌법 정신 아래 사법정의의 확립이라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지닌 대법관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다. 최고법원의 법관에게 요구되는 역사관, 균형감, 개혁성, 도덕성, 통찰력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28일까지 법원 안팎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들 가운데 한 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종 후보로 임명제청한다. 대법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면 전체 1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번을 끝으로 조희대(61·13기) 대법관이 퇴임하는 2020년 초까지 신임 대법관 임명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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