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한겨레 자료사진
유남석(61·사법연수원 13기) 제7대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65·〃14기), 이은애(52·〃19기) 헌법재판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취임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유남석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20일 오후 늦게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85표, 반대 40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반면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두 재판관의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까지로 제시한 보고서 송부 기한이 지남에 따라 국회 동의를 거칠 필요 없이 21일 대법원장의 최종 지명을 거쳐 대통령이 바로 임명했다.
여야 정당의 추천을 받은 김기영(50·〃 22기)·이종석(57·〃 15기)·이영진(57·〃 22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추천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 재판관과 달리 국회의 동의 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들의 임명이 늦어짐에 따라, 헌법재판관 정원 9명 가운데 세 자리가 빈 공백 상태가 길어질 전망이다.
유 헌재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헌법재판소의 본분은 재판이다. 무엇보다도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재판에 대한 신뢰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정치적 사법기관으로 불리는 헌재도 마찬가지다.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정의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그리고 그에 관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중립성을 유지해,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소장의 이런 언급은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과 재판 거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법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 소장은 이어 “헌재가 재판을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과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연구관의 폭넓은 자료 수집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연구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 헌법재판연구원은 새로운 헌법적 쟁점 및 헌법 연구의 취신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헌재의 행정사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심리와 심판 지원이므로, 여기에 사무처의 역량이 우선적으로 집중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헌법의 근본가치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헌법 원칙과 이론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화석처럼 굳어버린 장식품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헌법 원리와 원칙이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해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하려면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헌재에 우리 사회와 국민 생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다양한 현안들이 집중되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헌재는 이런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화답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관으로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약자와 소수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겠다. 우리 헌법의 참된 의지와 시대가 바라는 지향점을 성찰하겠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견고한 인권 의식을 바탕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실질적이고 폭넓게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국민의 편에 서서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히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소득 양극화, 성 평등, 난민 문제 등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가 극단적으로 표출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시대 상황 가운데 최대한의 교집합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찾아가겠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진정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치적·이념적 대립 속에서도 입헌민주주의 수호의 의지와 용기를 바탕으로 헌정 질서 정립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