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건물 법원 문양.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력회사로부터 간병인을 파견받았다 하더라도 병원측이 간병인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사용자라면 간병인이 초래한 사고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는 1심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요양병원이 환자의 유족에게 1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는 중증의 마비 증상을 앓다 지난 2015년 4월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그해 10월 ㄱ씨는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간병인이 손을 놓자마자 넘어져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의식을 잃은 뒤 외상성 급성 뇌경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3일 뒤 숨졌다.
ㄱ씨 유족은 병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소송을 냈다. 유족은 “간병인은 휠체어를 사용해 환자를 안전하게 화장실로 이동시킬 의무가 있음에도 손으로 부축하다가 사고를 일으켰다”며 “해당 요양병원은 간병인의 사용자로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병원측이 간병인을 간병인 인력회사에서 파견받은 만큼 간병인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는 “병원은 간병인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병원측은 간병인의 청결·물품관리·식사보조업무·간병준비물 등을 수시로 교육했다. 간병인 교육 자료에는 ‘식사 전 후 중간에 기저귀 확인’, ‘목욕 주1회 상태에 따라서 2회’ 등 개별 환자의 특성이나 병원 시설물에 관한 정보를 넘어서 간병업무 수행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도 명시돼있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병원 직원과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에서 간병인에게 식사가 제공된 점도 참작됐다.
또한 재판부는 “요양병원은 의료법상 병원, 종합병원이 아닌 노인성 질환 등 간병인이 반드시 필요한 요양병원으로, 의료용역과 간병용역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병원이 간병업무에 대한 간병료를 진료비에 포함해 환자에 청구했고 환자는 간병료를 다른 진료비와 함께 병원에 지급했다”며 “환자가 간병을 의뢰한 상대방은 간병인이나 인력회사가 아니라 병원이고 따라서 환자와 병원 사이에 관련 계약이 체결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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