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했더라도 해고 때 받은 해고예고수당은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광주시 ㄷ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징계로 해고된 뒤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한 아파트 관리소장 장아무개씨를 상대로 ‘해고 때 지급한 해고예고수당 271만원을 되돌려 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쪽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ㄷ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5년 5월 장씨를 17개 징계사유로 해고하면서, 해고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지 않았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해고예고수당 271만원(통상임금 30일분)을 지급했다. 장씨는 전남지방노동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그해 8월 관리소장으로 복직했다. 대표회의는 판정대로 해고 때부터 복직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은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해고가 무효가 됐으므로 해고예고수당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부당이득”이라며 대표회의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해고예고수당은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해고의 적법 여부나 효력 유무와는 관련이 없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을 때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해고예고수당은 해고가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어야 하는 돈이고, 그 해고가 부당해고여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는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근로기준법 제26조 규정이 해고가 유효한 경우에만 해고예고 의무나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 또 이 규정은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해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으로, 해고의 효력 자체와는 관계가 없는 제도이다. 해고가 무효인 경우에도 그런 여유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청구금액이 270여만원의 소액사건이어서, 본안에 대한 판단 없이 상고 기각되는 게 일반적이다. 재판부는 “이번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도 없고 하급심 판단도 엇갈리고 있어, 소액사건이기는 하지만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직접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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