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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명수 대법’ 1년…개혁추진 ‘B’ 사법농단 수사 대응 ‘F’

등록 2018-09-27 05:01수정 2018-09-27 10:32

행정처 폐지 등 사법발전위 건의
현실화할 추진단 구성 ‘진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하고
의결사항 상당부분 수용
대법관·헌재재판관 추천권도
추천위원회에 넘겨 ‘긍정적’

사법농단 수사엔 “협조” 밝히고도
‘임의자료 제출’은 일부에 그쳐
행정권 남용 판사 징계 외면 ‘낙제’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석 다음날인 25일 취임 1년을 맞았다. 대법원장 임기 6년의 첫해 ‘소출’은 넉넉하지 않다. 있던 밭을 갈아엎었지만 돌과 잡초가 너무 많다. 쟁기질도 썩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 “법원이 마주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위기”(9월20일 대법원장 대국민담화)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 앞에 “반성과 사과”를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과제가 김 대법원장 앞에 놓였다. 그의 지난 1년을 평가해봤다.

■ 사법개혁 추진-보통 올해 2월 발족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최근까지 8차례 회의를 통해 마련한 사법개혁안을 김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만연한 사법농단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사법발전위는 격론 끝에 지난 7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만들어 행정처 기능을 분산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또 대법원 운영조직과 사법행정 담당조직을 인적·물적으로 분리하고, 최종적으로 행정처는 폐지하며, 이를 대체할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을 두지 말라고 했다. 사법관료 시스템에서는 판사들이 승진을 의식해 ‘눈치보는 재판’을 할 수밖에 없다. 사법발전위는 고등부장 승진 폐지, 지법·고법 인사 분리 등 법관 인사제도 개선안도 내놓았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제도 개선을 제외하고는 전면에 직접 나서기보다 사법발전위 논의에 주로 의지했다. 그러다 최근 법원행정처가 사법발전위 건의안과 배치되는 듯한 내용이 담긴 자체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에 설명하면서,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일 사법행정회의 설치 및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입법추진단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셀프 개혁’ 논란을 진화했다. 다만 이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이 정기국회에서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법관회의 상설화-긍정적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는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대법원장이 독점해왔던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김명수표 사법개혁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올해 2월 대법관회의에서 상설화가 의결됐고, 이후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법관 118명이 정기회의(4월)와 임시회의(6·7·9월)를 열어 사법행정 및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사법행정과 법관독립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고 공식제안할 수 있는 통로가 제도화됐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도 법관회의 대표가 들어간다.

대법원 역시 법관회의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 예의주시한다. 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법관회의 의결 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형사 절차를 포함한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1차 임시회의(6월) 결과가 나온 뒤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차 임시회의(7월)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미공개 문건을 모두 공개하라”고 의결하자, 안철상 행정처장은 미공개 문건 196건을 공개했다. 법원행정처 개편 및 법원장 임명방안을 의결한 3차 임시회의(9월) 뒤에는 김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대표 6명을 직접 만나 내용을 전달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일 ‘법원행정처 폐지’ ‘법원장 임명 시 법관 의견 반영’ 등을 담은 사법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법관회의에 참여하는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뜻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짚는 데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대법관·재판관 추천권 이양-긍정적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대법관·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의 권한을 상당부분 내놓았다. “추천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다짐대로, 지난 5월 개정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에서 대법원장의 심사대상자 제시 규정을 삭제했다. 대법원장이 ‘셀프 제시’한 명단이 그대로 대법원장 본인에게 추천되던 관행이 사라진 셈이다. 대법원장이 임명하던 추천위의 ‘비당연직 법관위원’도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을 거쳤다. 이런 변화 뒤 구성된 추천위에서는 위원들의 의견 개진이 이전보다 활발해졌다고 한다. 추천된 후보들도 변호사, 여성 및 소장 법관, 지역 법관 등으로 다양해졌다.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 내규도 새로 만들었다. 재판관추천위는 위원 구성부터 다양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의 여성 위원이 1~2명이던 것과 달리, 7월에 처음 만들어진 재판관후보추천위는 위원 9명 중 5명이 여성이었다. 추천된 후보들이 고위법관 외에 재야 변호사, 여성 법관, 헌법연구관, 교수 등으로 다양해진 것은 그 결과다. 김 대법원장 역시 현직 고위법관을 지명하던 관행을 스스로 깼다.

대법원장의 ‘권한 내려놓기’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추천위에 현직 대법관(2명) 등 당연직이 과반이다. 대법원장이 비법조인 위원 3명을 위촉하는 규정 역시 그대로다. 추천위가 독립적 의결기구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려면 법원조직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부 인사의 추천위 참여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추천위를 거친 이은애 헌법재판관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8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런 ‘부실 검증’ 논란을 없애려면 추천위 심사 기능도 실질화해야 한다.

■ 사법농단 수사 대응-낙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지난 6월15일 김 대법원장의 “수사 적극 협조 약속”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하지만 지난 석 달 간의 평가는 후하지 못하다. 법원행정처는 7월 초부터 검찰에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하고 있지만, 그 범위는 여전히 기획조정실 등 극히 일부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거래 의혹 핵심 연결고리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문건에는 단단히 빗장을 채운 상태다.

검찰의 “수사 방해” 비판에도 ‘무죄 예단’도 주저하지 않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의 영장심사 방식도 김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수사 의지’와 상충한다. 그간 일부 의혹을 제외하고는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은 일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사법 70주년 기념사에서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이런 발언이 영장심사의 ‘자의성’을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은 지난 20일 수만 건 증거 파기로 여론의 ‘공분’을 산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관여’할 수 있는 사법행정 영역 역시 ‘하세월’이다.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드러난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 절차는 ‘올스톱’ 상태다. 법관징계위원회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검찰은 ‘법원 때문에 수사 진도가 안 나간다’고 하는데, 법원은 검찰 수사를 핑계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징계조차 미루고 있는 셈이다.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의지를 가졌기에 그나마 이정도 협조도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 스스로 ‘협조’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서울지역 또 다른 판사는 “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부산법조비리 은폐 의혹 등 관련 문건을 자체조사에서 확인하고도 이후 아무런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계기가 법원의 ‘부실조사’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김민경 고한솔 현소은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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