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27일 경찰청 수사국 산하 수사구조개혁팀이 작성한 ’메모보고’에 첨부된 양식. 경찰청 수사국은 총 148명의 소속 직원들이 당시 ‘용산참사’와 관련한 온라인 설문이 진행되었던 <네이버> <한국일보> <노컷뉴스> <동아누리>(동아일보 누리집) <문화방송> 여론 조사에 응했는지 아닌지를 일일이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경찰이 ‘용산참사’ 여론 대응을 위해 경찰청 수사국 소속 148명에게 언론사 온라인 투표참여 현황을 일일이 보고하도록 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문건 등을 보면, ‘용산참사’ 이후 경찰청 수사국은 매일 오후 4시에 ‘일일추진상황’을 취합했다. 수사국 산하의 수사구조개혁팀이 2009년 1월27일 작성한 ‘메모 보고’에는 ‘국관(부서)별 (용산참사) 조치사항’, ‘투표참여명단’, ‘홍보실적’ 등 하루 단위로 보고하는 문서 양식과 보고 내용이 나온다. 이중 ‘투표참여명단’에는 수사과 등 수사국 산하 8개 부서의 경찰 148명의 명단과 이들이 <네이버>와 <한국일보>, <노컷뉴스>, <동아일보>, <문화방송>에서 진행하는 여론조사에 참여했는지 보고하도록 하는 양식이 포함됐다. 경찰청이 직접 개별 경찰관의 온라인 투표참여까지 체크한 셈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 추진의 핵심 부서로 2005년 만들어진 수사구조개혁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투표참여명단’에 포함된 팀원은 총 8명이었는데, 이들은 27일 하루 인터넷 여론조사에 28차례 참여했다고 보고했다. 용산참사 이후 누적 참여 실적은 총 119차례였다. 또 수사구조개혁팀은 이날 하루 용산참사 관련 <문화방송>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에 경찰을 옹호하는 게시글 및 댓글들을 작성했다고 보고했다.
10만명이 넘는 경찰 중 일부라도 이런 작업에 참여했다면, 각종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국 산하 인권보호센터 직원들도 온라인 여론조사 작업 명단에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과거 경찰의 인권침해를 반성하며 만들어진 인권보호센터 역시 온라인 여론조사 작업 명단에 포함됐다.
더불어 용산참사 직후인 2009년 1월25일 경찰청 수사국이 작성한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고 관련 조치 및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법 위반 논란 관련해) 일선 사시출신 수사과장(17명)에게 자료 송부 검토 인권보호센터장 등 (경찰청) 수사국 사시 출신 과장이 종합적으로 검토 자료 작성 후 검찰에 자료 제출“한다고 적혀있다. 인권보호센터장 등이 검토한 보고서에는 “불법 폭력시위 상황에서 일반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투입이 정당하고, 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새총 화염병 등 위험한 상황이어서 시위대를 신속, 안전하게 진압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검토 결과가 담겨있었다. 경찰권 남용을 감시해야 할 인권보호센터가 정반대의 역할을 한 셈이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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