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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 친구는 이란으로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중학생들 1인 시위

등록 2018-10-03 14:40수정 2018-10-03 19:55

이란 친구 난민 지위 인정 위해
중학생들 릴레이 1인 시위
“돌아가면 박해 가능성 커
친구와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 중학교 학생들이 난민 신청을 한 친구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11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란 친구는 출국일을 10여일을 앞둔 10월5일 심사를 받게 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 중학교 학생들이 난민 신청을 한 친구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11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란 친구는 출국일을 10여일을 앞둔 10월5일 심사를 받게 됐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저희는 멀고 큰 산을 오르는 가족을 배웅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친구가 이 시위를 심사장에서 꼭 기억하고 당당하게 심사를 받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 중학생 16명이 모였다. 오는 5일 난민 심사를 받게 된 ‘이란 친구’ ㄱ(15)군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번갈아 하기 위해서다. ㄱ군과 함께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편견에 가려진 진실을 봐주세요’란 손팻말을 손에 들고 외쳤다. “이란으로 돌아가면 친구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결정으로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라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켜주세요.”

ㄱ군은 사업가 아버지와 7살 때 한국에 입국해 9년째 한국에 사는 천주교도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천주교로 개종했는데, 이란에 사는 고모에게 무심코 이 얘기를 했던 것이 불안의 씨앗이 됐다. 독실한 무슬림인 고모가 ‘그러고도 사람이라 할 수 있느냐’며 연락을 끊은 것이다. ㄱ군은 청와대에 보내는 편지에 “저와 아빠는 고모가 저희를 이란의 국가안전부에 고발했을까 봐 두려웠다”며 2016년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 신청을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무슬림 율법인 ‘샤리아’의 적용을 받는 이란에서 개종은 반역죄에 해당한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 중학교 학생들이 난민 신청을 한 친구를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 중학교 학생들이 난민 신청을 한 친구를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하지만 그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ㄱ군 부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ㄱ군이) 나이가 어려(당시 만14세) 기독교도로서 종교적 정체성을 가지기 어렵고, 기독교도로 개종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주목할만한 활동을 하지 않아 박해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였다. ㄱ군 부자는 이에 행정소송을 내고 1심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2심과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ㄱ군은 편지에서 “난민 심사 인터뷰에서 (심사관이) 기독교 교리에 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난민 신청 자체가 (이란에서) 주목할만한 일이고 박해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호소했다.

ㄱ군의 학교 친구들도 나섰다. ㄱ군의 친구들은 3일 청와대 분수대에서 청와대에 전달할 성명서와 ㄱ군의 편지를 낭독한 뒤 10분씩 번갈아가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달라”는 글을 올리고 출입국외국인청 앞에 모여 ㄱ군의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ㄱ군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절친한 친구라는 박지민(15)군은 이날 “휴일이지만 친구의 생명이 달린 일이라 나왔다. 친구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점을 심사관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ㄱ군과 같은 반 친구인 이정규(15)군도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가끔 하굣길에 ‘(본국으로 돌아가기) 무섭다’는 얘기를 할 때가 있다”며 “친구 얘기가 언론에도 많이 보도돼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 꼭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만약 ㄱ군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16일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ㄱ군의 사정을 알게 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ㄱ군은 지난 2년 동안 언론에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난민 신청이 불허돼 강제 출국하게 된다면 매우 심각한 생명의 위험이 염려된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공정한 심사가 진행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염수정 추기경도 “ㄱ군은 가톨릭 신앙에 대한 정체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면 박해의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ㄱ군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이들에게 전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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