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는 현대차가 깊숙이 관여한 의혹이 짙다. 검찰이 유성기업 노조파괴 혐의로 현대차를 기소한 지난해 5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인근 고 한광호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의 분향소가 있는 천막농성장 주변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이 해고취소 판결 이후 복직한 노조원들을 다시 과거 쟁의행위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재량권 남용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1년 첫해고 뒤 7년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일 이정훈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등 조합원 1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회사 쪽이 쟁의 기간에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은 단체협약의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징계 절차상 중대한 흠이 있다. 또 애초 회사 쪽이 근로자들을 해고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해고한 경위와 사유, 시점과 동기 등을 보면 이번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이 전 지회장 등 27명이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자문을 받아 직장폐쇄를 하고 이들을 징계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내어, 2012년 11월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유성기업은 항소심 중이던 2013년 5월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27명 전원을 복직시켰다. 그러나 회사 쪽은 노사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가 다시 벌어졌던 같은 해 10월, 과거 2011년 쟁의 기간에 벌어진 일을 이유로 이 전 지회장 등 11명을 다시 해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해고 근로자들이 다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정당한 쟁의 기간 중에는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징계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유성기업 노조의 쟁의행위는 1년 이상 계속돼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임금협상 결렬로 노조의 쟁의가 적법하게 개시됐는데도 회사 쪽이 (당시 쟁의가 아니라) 과거의 쟁의 중 일어난 일을 이유로 근로자들을 징계한 것은 단체협약의 ‘쟁의 기간에 징계 등 일체의 인사 조처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노조 쪽 징계위원 없이 회사 쪽 징계위원만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2차 해고를 의결한 것도 징계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위법하다. 단체협약 규정을 위반하고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2차 해고'는 무효”라며 해고 근로자들의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당한 쟁의행위 기간에 그 쟁의행위 이전에 발생한 징계사유를 들어 근로자들을 징계하는 것은 절차상 위법이거나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 1일 쟁의 기간에 노조원 11명을 부당해고하고 노조 운영에 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등 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의 기소는 공소시효 만료를 20일 앞두고 이뤄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직장폐쇄를 통한 노조탄압 및 임금 미지급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에게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확정한 바 있다. 유 회장은 지난 4월 만기출소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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