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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법촬영 넘어 편파판결” ‘불편한 용기’ 5차 집회

등록 2018-10-06 19:08수정 2018-10-06 20:30

“사법부 판결 안일해” ‘편파수사’에서 ‘편파판결’로 옮겨가
국회의원 문자총공, 금줄 자르기 퍼포먼스도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가 열리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가 열리고 있다.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여성들이 다시 혜화역으로 모였다. 태풍 ‘콩레이’에 대비해 붉은 옷을 입고 비옷과 장우산을 든 ‘생물학적 여성’ 약 1만5000명(집회 신고 인원, 주최 추산 6만명)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이화사거리에서 혜화역 1번 출구까지 약 800m, 4개 차로를 메웠다. 이들은 “1차부터 4차까지 20만명의 여성 참가자들이 모였지만 (불법촬영이) 나아진 게 없다”며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이류시민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지쳤다. 정부는 지금 당장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실질적 법안을 통과시켜라”라고 외쳤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는 6일 혜화역에서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열었다. 1∼3차 시위를 혜화역에서 열고 지난 8월 4차 시위 때 광화문으로 옮겨갔던 이들은 두 달 만의 집회를 다시 혜화역에서 열고 “불법촬영과 편파판결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리벤지 포르노, 찍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강력처벌’, ‘당신의 일상을 왜 우리는 싸워서 얻어야 해?’ 등의 손팻말을 들고 “불법촬영 편파판결을 규탄한다”, “불법촬영 규제법안 시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불편한 용기는 이번 집회부터 집회 이름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로 이름을 바꿨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가해 여성 구속을 ‘편파수사’라고 주장하며 ‘불법촬영 편파수사’ 집회를 열었던 이들이 5차 집회부터 ‘편파판결’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주최 쪽은 “불법촬영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건 불법 촬영물로부터 기인하는 성범죄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와 사법부가 안일한 법적 의식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4년간 불법촬영을 찍은 이의 97%가 남성이고 이 가운데 15%는 면식범이라는 결과를 비웃듯 사법부는 정상참작 등 법리 오남용을 일삼았다. 우리는 불법촬영 규탄을 넘어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으로 함께하려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위의 목적이 ‘편파판결 규탄’으로 옮겨오면서 집회 구호도 달라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법부도 가해자다, 편파판결 편파수사 집어쳐라’ ‘편파판결 상습 판사 각성하라, 남성우대 편파판결 지옥으로’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성범죄 판결이 관대하게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법촬영 범죄에 편파적인 판결을 내렸다며 일부 판사들의 실명을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국회의원에게 ‘문자 총공’을 벌이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국회의원에게 ‘문자 총공’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문자총공’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관련법이 장시간 계류되어 있다며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 등 법사위원들에게 ‘여성혐오범죄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 조항을 제정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내기도 했다.

최근 한 여성 연예인이 사귀었던 연인으로부터 ‘리벤지 포르노’ 피해를 당했다는 점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최 쪽은 “사람들은 여성 피해자를 향해 ‘그런 사람을 만난 네 잘못이다’, ‘여자가 잘못했다’며 비난했다. 해당 영상물 보기 위해 피투피(P2P) 사이트를 뒤지기도 했다”며 “(여성 연예인이)피해자임이 명백함에도 온전한 피해자가 아니라 방어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가해자 아님을 증명하려 노력해야 했다. 이런 남성의 시선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고 외쳤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났을 때 거는 금줄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의 ‘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났을 때 거는 금줄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남자아이가 태어났을 때 거는 금줄을 자르는 퍼포먼스로 집회를 시작한 불편한 용기는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반인 대상 불법촬영 사진들을 갈무리한 화면을 공개하며 “이래도 우리가 과격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 한 남성이 연단을 향해 비비탄 총을 꺼내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을 임의동행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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