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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산상 권리·의무 승계’가 근로관계 승계까지는 아니다”

등록 2018-10-08 12:04수정 2018-10-08 14:07

대법, “별도 규정 없으면 근로관계까지 포괄승계되진 않아”
“해고 무효라도 종전 법인의 해산일까지 임금만 지급하라”
대법원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해산되는 단체의 재산상 권리의무를 신설 법인이 승계한다고 해서 직원들의 근로관계까지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고가 정당하지 않더라도 승계 법인이 종전 단체 해산일 이후의 임금까지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아시아문화개발원 전시예술감독으로 일하던 이영철 ㄱ예술대 교수가 계약기간 중 계약해지 통보를 받자 아시아문화개발원의 승계 법인인 아시아문화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였던 원심판결 가운데 일부를 깨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아시아문화개발원이 해산한 날 이후의 임금까지 승계 법인인 아시아문화원이 돌려줄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근로관계까지 승계하는지에 대한 별도 규정 없이 단순히 종전 단체의 ‘모든 재산과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는 경과규정만 뒀다면, 이는 종전 단체의 해산 및 청산절차를 특별히 규율할 목적일 뿐이며, 종전 단체에 소속된 직원들의 근로관계까지 새로 설립되는 법인에 당연히 승계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종전 단체의 해산 때까지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 등 채무는 종전 단체의 의무에 해당하므로 근로관계 승계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설립되는 특수법인에 승계된다”고 판시했다.

이 교수는 2011년 12월부터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 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원장직에서 사임한 직후인 2013년 6월1일 아시아문화개발원과 3년간의 전시예술감독 계약을 맺고 문화창조원 관련 업무 등을 맡아왔다. 이 교수는 계약 기간 중이던 2015년 1월 ‘업무추진 일정이 지체됐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자 해고무효 확인, 임금지급 청구 등의 소송을 냈다. 당시 이 교수는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이 자신의 홍익대 인맥을 요직에 기용하려 한다"고 며 ‘외압’ 논란을 제기했다.

소송 중이던 2015년 9월30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시아문화도시법)에 따라 아시아문화개발원이 해산되고 대신 아시아문화원이 설립됐다. 아시아문화도시법은 부칙에서 ‘아시아문화개발원의 권리와 의무는 아시아문화원의 설립과 동시에 아시아문화원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교수가 아시아문화개발원의 지시·명령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기보다 일정 영역에서 독자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사무를 처리하는 내용의 계약이므로, 근로계약이라기보다 유상위임계약이라고 봐야 한다. 대학 쪽의 복직 명령으로 겸직 금지 위반 등의 계약해지사유가 발생했으므로 계약 해지도 적법하다”며 이 교수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이 교수가 아시아문화개발원 등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았으므로 고용계약이며, 이 교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계약해지 통보도 취업규칙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해고통지로, 절차적·실체적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어 “아시아문화원이 승계하는 아시아문화개발원의 권리·의무에는 이 교수의 근로관계도 포함된다. 아시아문화원은 계약해지 통보 시점인 2015년 1월11일부터 계약 종료일인 2016년 5월31일까지의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가운데 ‘근로관계까지 승계된다’는 판단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교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 교수가 맺은 계약도 고용계약이어서 이 교수에 대한 해고가 무효이기는 하지만, “아시아문화도시법 부칙이나 아시아문화원의 정관, 취업규칙 등에 이 교수를 비롯한 아시아문화개발원 직원들의 근로관계가 아시아문화원에 승계된다고 볼 만한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교수의 근로관계가 아시아문화원에 승계되지는 않지만 종전 단체인 아시아문화개발원의 해산일까지의 임금 지급의무는 아시아문화원에 승계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아시아문화원이 이 교수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채무는 계약해지 통보 시점인 2015년 1월11일부터 아시아문화개발원 해산일인 2015년 9월30일까지이며, 그 이후 애초 계약 만료일인 2016년 5월31일까지의 임금까지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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