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15 특별사면 관련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의 표지. 의원실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인 2009년 광복절 때 살인범 320명을 특별사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법무부로부터 받은 특별사면 관련 자료 분석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정부가 “오로지 생계형 사면”이라고 강조했던 것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과거 다른 특별사면과의 비교, 구체적인 범죄사실 등의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숫자는 정확하다“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살인범이 한꺼번에 사면될 수 있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자료를 보면 2009년 8월8일 사면심사위원회는 일반형사범 9천여명에 대한 사면 여부를 심사·의결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위원장)을 비롯해 한상대 검찰국장, 소병철 범죄예방정책국장,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 유창종 전 서울중앙지검장,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권영건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오영근 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이 참여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회의 석상에서 “경제가 아주 어렵고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서 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 끝에 이번에 경제사범이 아닌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를 용서해서 조금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 보자는 생각에서 (특별사면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법무부도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 특별사면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일반형사범 특별사면 기준을 제시하며 “살인·강도·조직폭력·뇌물수수 등 제외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자”라고 못 박았다.
또 ‘사면권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에 앞선 같은 해 7월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업인들 또는 공직자들 등 여러 계층에서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8.15 사면은 오로지 생계형 사면, 농민, 어민 또는 서민, 자영업 하는 분들, 또 특히 생계형 운전을 하다가 운전면허가 중지된 분들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8·15 특별사면 관련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에 첨부된 사면대상자 리스트의 일부분. 의원실 제공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특별사면을 의결한 명단에는 살인범 267명을 비롯해 존속살해, 강도살인 등 살인죄를 지은 형이 확정된 320명이 포함됐다. 특정 ‘범죄’를 사면해 주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특정 ‘사람’을 골라 형 집행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대통령 권한만으로 실행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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