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8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급심 무죄 판결은 2004년 첫 무죄 판결을 시작으로 118건, 6월 헌법재판소의 병역종류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로 29건에 달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3단독 송영환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입영통지서 등을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법원은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징역 1년 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했다.
송 부장판사는 “(병역법)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는 자들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형벌을 부과받음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 사건 법률 조항(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 6월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은 위헌 결정을 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 처벌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할 예정이다.
송 부장판사는 대체복무제 이행은 병역의무 이행과 동등하다고도 강조했다. 송 부장판사는 “대체복무제는 군사부문에서의 군사적 역무를 수행하는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대체적 제도로 병역의무의 내용에 포함된다”며 “피고인에게 입영통지로 부과된 병역의무의 헌법상 가치는 군사부문에서의 국가 안전보장이고, 피고인이 이행할 의사를 밝힌 대체복무제의 헌법상 가치는 비군사적 부문에서의 국가 안전보장으로 양자는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복무제는 병역의무의 면제와 특혜가 아니다. 대체복무제가 현역병의 부담보다 가볍다는 주장은 헌법상 가치의 비교가 아니고 제도 설계의 문제다”라고 송 부장판사는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병역법 위반 하급심 유죄·무죄 사건 2건, 예비군법 위반 사건 1건을 심리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관련 사건과 함께 공개변론을 거치고 전원합의체에서 논의 중”이라고 심리진행 상황을 알렸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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