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에 사는 강아무개씨는 올해 마을 이장으로부터 “체납된 자동차세를 납부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마을 이장이 강씨가 사는 면사무소 공무원으로부터 “체납자들의 세금 납부를 독려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건 전화였다. 강씨는 해당 공무원과 담당 부서에 “체납 정보를 일반인인 이장에게 제공해도 되느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답변은 “마을 이장은 준공무원으로 매년 체납자에게 개별적으로 전화, 문자를 통해 납부독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강씨는 “같은 마을 주민인 이장이 체납 정보를 알고 독촉하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강씨가 사는 군의 군수에게 “개인 체납 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마을 이장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담당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는 체납 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체납 정보는 사회 통념상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한 정보”라며 “지방세 담당 공무원이 개인별 구체적인 체납 정보를 마을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담당 공무원은 “다수의 체납자에게 세금 납부를 독려해야 하는데 공무원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마을 이장은 조례·규칙에 따라 공무를 보조하고 있으므로 체납세 징수 보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인권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조례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장이 납세 독촉 고지서를 단순 전달할 순 있지만 체납자의 구체적인 체납액을 확인하고 개개인에게 독촉전화를 하는 것은 이장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