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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리 제보했다가 파면 당한 동구마케팅고 교사의 기구한 운명

등록 2018-10-23 10:30수정 2018-10-23 13:36

동구마케팅고 행정실장 비리 제보했던 안종훈 교사
학교 측은 ‘행정실장 파면’ 교육청 요구 무시…안 교사는 파면
법원, 파면은 부당 판결…소청심사위 징계절차는 아직 남아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 한겨레 자료 사진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 한겨레 자료 사진
근무하는 학교의 비리를 제보했다가 학교쪽의 탄압으로 두 차례나 파면됐던 교사가 파면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은 받았지만, 다시 소청심사위의 징계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고충을 거듭 겪게 됐다.

동구학원 재단의 서울 동구마케팅고에서 1999년부터 국어교사로 일하던 안종훈(45) 교사는 학교 예산을 담당하는 행정실장이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도 감봉 처분만 받은 채 여전히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교회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천만원을 횡령한 학교 예산 책임자가 여전히 학교돈을 만지도록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안 교사는 2012년 서울시교육청에 이런 사실을 제보했다. 안 교사의 공익제보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년간 두 차례 특별감사를 실시해 모두 17건의 비위사실을 적발했다. 교육청은 행정실장의 파면을 학교법인에 여러 차례 요구했고, 학교쪽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이사장 등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쪽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제보자인 안 교사를 탄압했다. 학교쪽은 2014년 8월 안 교사를 1차 파면했고, 안 교사가 교원소청심사위 결정을 거쳐 같은 해 12월 학교에 복귀하자 청소나 급식 지도만 하게 하면서 수업을 주지 않았다. 동구학원 쪽은 곧바로 2015년 1월 세월호 추모 집회 참가, 전교조 교사선언 참여, 다른 교직원과 학교 모욕 및 명예훼손 등 9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안 교사를 다시 파면했다. 안 교사는 다시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소청심사위는 그해 4월 “안씨의 비위 정도가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파면 취소’를 결정했다. 동구학원은 소청심사위 결정을 취소해 안 교사를 파면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3심 재판부는 모두 안 교사의 파면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동구학원이 주장한 안 교사의 징계사유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다만 2014년 7월3일 세월호 참사 관련 제2차 전교조 교사선언에 참가한 것은 사실이어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교원소청심사위가 이 사유를 포함해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소청심사위의 ‘파면 취소’ 결정은 취소한다고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추가로 인정된 징계사유(제2차 교사선언 참여)도 파면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 추가 징계사유 등을 고려하더라도 파면은 여전히 과중하므로, 안 교사의 파면을 취소한 교원소청심사위 결정은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만일 심사위 결정이 유효한 것으로 확정되면 원고인 동구학원은 안씨를 재징계할 때 소송 과정에서 추가로 인정된 사유마저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게 된다. 소청심사위원회가 추가로 인정된 징계사유를 포함하여 재심사할 수 있도록 심사위의 ‘파면 취소’ 결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청심사위에서 새로 인정된 징계사유까지 포함해 징계양정을 새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동구학원과 안 교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에서 안 교사 쪽은 “소청심사위 결정이 취소되면 다시 한번 학교쪽 징계를 받아야 한다. 애초 징계가 공익제보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고려해,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도 예외적으로 취소를 허용하지 않는’ ‘사정판결’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위법한 행정처분을 존치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공공복리에 반하는 것이므로 사정판결은 극히 엄격한 요건 아래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안 교사의 사정만으로는 ‘파면 취소’ 처분의 취소가 뚜렷하게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사정판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1·2심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위법한 때에는 이를 취소함이 원칙이고, 그 위법한 처분을 취소·변경하는 것이 도리어 현저히 공공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극히 예외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허용하지 않는 ‘사정판결’을 할 수 있다. 사정판결은 극히 엄격한 요건 아래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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