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실감 나게 재현한 컴퓨터그래픽으로 호평받으며 관객 1천만명을 돌파했다. 2년 뒤 같은 소재를 다룬 <한국방송>(KBS)의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 1592>도 역사적 고증에 충실했다는 평가 속에 담당 피디는 한국방송대상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일본군 전함 대장선 ‘아타케부네’(안택선)와 중형 군함 ‘세키부네’(관선)의 모양이 비슷해, <임진왜란 1592>가 <명량>의 컴퓨터그래픽을 무단복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작품의 시각특수효과(VFX)를 맡은 업체도 같았다.
왼쪽은 <명량>의 아타케부네. 오른쪽이 <임진왜란 1592>의 아타케부네. 배 선두에 나무를 밧줄로 엮은 충파돌기가 비슷하다.
<명량> 제작사 쪽은 해상전투에 등장하는 바다와 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30억원 이상을 특수효과에 투입했다. <명량> 제작사 쪽에서 주요 장면의 콘셉트, 스토리보드 등을 받은 ㅁ사는 아타케부네와 세키부네 모형에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을 마쳤다.
<임진왜란 1592>도 해전 그래픽 작업을 ㅁ사에 맡겼다. 이 업체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작업자들에게 <명량>의 해상전투 장면을 보여주며 조선 해군의 전선이 아타케부네를 충돌해 부수는 장면을 넣도록 지시했다. 또 세키부네에는 황금색 격자무늬를 넣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두 작품 속 일본 해군의 배는 모양만 조금 달라졌을 뿐 전체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았다.
위 사진이 <명량>의 세키부네. 아래가 <임진왜란 1592>의 세키부네. 선체 모서리에 튀어 나온 목재에 금박 장식 등이 비슷하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시각특수효과를 맡았던 ㅁ사와 담당자 이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앞서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대표이사로 있는 영화사는 지난 4월 <임진왜란 1592>를 연출한 피디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드라마가 방송 중이던 2016년 9월 “ㅁ사가 <명량>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가져다 사용했다”는 공문을 한국방송 쪽에 보냈는데, “역사적 고증을 기초로 제작됐다”고 답한 뒤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방송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