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재판 청탁 명목으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으로부터 100억 원대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8·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에게 징역 5년6개월, 추징금 43억원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5일 최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등 사건 재상고심에서 징역 5년 6개월과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한 환송 후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 변호사는 2015년과 2016년 사이 상습도박죄로 구속돼 재판 중이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유사수신업체인 이숨투자대표 송창수씨로부터 “재판부에 청탁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각각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모두 50여건의 사건을 수임하면서 65억여원의 수임료를 매출로 신고하지 않고 누락해 6억6732만원 상당을 탈세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최 변호사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50억원씩의 거래를 정상적인 수임료로 보기 어렵고,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보는 게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두 사람에게 재판부와 교제하거나 석방 등을 청탁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줬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1심이 명령한 추징금 45억원을 43억1250만원으로 감액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7년 12월 최 변호사의 주된 혐의인 변호사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하면서, “정운호로부터 받은 20억원은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 내에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부가가치세를 포탈하였다고 할 수 없다”며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 가운데 이 부분만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후 원심에서 검찰은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수임료 20억원의 부가가치세 포탈 부분에 대한 공소를 철회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는 이를 반영해 징역 5년6개월,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환송 후 원심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송창수 대표로부터 받은 수임료 50억원에 대한 조세포탈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최 변호사 주장에 대해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된 부분은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기환송 후 원심이나 재상고심에서) 더는 다툴 수 없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