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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대병원 노조 “복지부 평가기간 의약품·위생 꼼수 인증”

등록 2018-10-26 16:09수정 2018-10-28 01:02

“인력 부족으로 인증 기간에만 지침 지켜”
의약품관리와 위생관리, 안전관리 등에 구멍 생겨
전문가 “예고한 평가 말고 불시 평가로 바꿔야”
서울대병원 누리집 갈무리.
서울대병원 누리집 갈무리.
서울대병원이 4년 만에 한 번씩 이뤄지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모면하기 위해 평가가 이뤄지는 나흘 동안 갖가지 꼼수를 써서 의약품관리와 위생관리, 안전관리 등의 문제점을 가리고 있다는 노동조합의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쪽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2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소 서울대병원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많은데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간에만 문제를 가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리 예고된 인증평가 기간에만 지침을 지킬 뿐, 평소에는 인력이 부족해 상급 종합병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준과 지침들을 지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2010년 개정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4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제도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인증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이 “관리가 되지 않은 의약품 냉장고의 온도계 이력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고 환자에게 투약할 비품약을 비공식적으로 병동에 비품약을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제공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이 “관리가 되지 않은 의약품 냉장고의 온도계 이력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고 환자에게 투약할 비품약을 비공식적으로 병동에 비품약을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제공
노동조합이 지적한 서울대병원의 첫 번째 꼼수는 의약품관리와 관련한 눈 가리기다. 원칙대로라면 환자들에게 약을 투약할 때 감염 예방을 위해 투약 직전에 약을 개봉해 준비해야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일손이 모자라 그런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는데 인증평가 기간에만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행동하게 했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병동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김소현(26)씨는 “현재의 인력 수준으로는 도저히 환자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면서 일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간호사는 이어 “(감염 예방을 위해) 투약 직전에 약을 준비해야 하지만, 1시간 먼저 출근해 제일 처음으로 하는 것은 8시간 근무 동안 환자에게 투약해야 할 약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손 소독도 지침은 최소 20초 이상 시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손 소독제가 마르기도 전에 다른 환자를 보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4년에 한 번 통보된 인증 기간에만 손 소독도 20초 이상 시행하고, 약도 투약 직전에 준비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어 “신생아 사망사건이 있었던 이대목동병원에서 약품에 세균이 자란 것은 투약 직전 약을 준비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 장시간 상온에 두었기 때문”이라며 “서울대병원이 ‘제2의 이대목동병원’이 되지 않으려면 4년에 나흘 동안만 인증 기준을 맞추는 가짜, 꼼수, 허위 인증을 중단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 쪽에서 간호사들에게 하지도 않은 “소방안전훈련을 했다고 대답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최원영씨는 “(병원으로부터) 인증평가단이 와서 물어보면 지난 6월에 소방안전훈련을 했다고 대답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저는 받은 적이 없다. 훈련을 받았다는 간호사도 보지 못했다”며 “1년 365일 인증 기준에 맞는 의료의 질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득 서울대병원 노조 사무국장(임상병리사) 역시 “간호사는 휴일에 소방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간호인력부족으로 매주 2일을 꼬박 쉬지 못하고 쓰지 못한 휴일도 쌓여있는 상태라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은 여러 번 중축해 내부가 미로와 같아서 직원들도 헤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방훈련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평가단이 물어보면 ‘받았다’고 답변하라고 지시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의 ‘꼼수 인증 평가’를 규탄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의 ‘꼼수 인증 평가’를 규탄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이밖에도 노동조합은 병원이 평가 기간 동안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감추기 위해 △인증평가 기간 동안 수술건수와 외래건수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7.5%, 92.9% 수준으로 줄였으며 △관리가 되지 않은 의약품 냉장고의 온도계 이력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고 △환자에게 약을 투약할 때 약국에서 받아온 뒤 즉시 이를 투약해야 하는데 인력이 없으니 미리 받아둔 약을 몰래 병동에 비치해둔 점 등을 지적했다. 노조 쪽은 기자회견에서 “이것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의 민낯”이라며 “슬프게도 다른 병원들도 이보다 나은 곳이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반짝 인증’만 준비한다면 서울대병원이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제2의 이대목동병원이 될지도 모른다”며 “서울대병원은 병원 노동자의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즉각 인력을 충원하고, 보건복지부는 평가인증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노조의 주장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병원에서 조사해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답변했다. 다만 병원 쪽은 “해당 조사 결과 보고서 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병원의 조사 결과는) 문서로 남길 필요가 없어 남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평가가 불시에 이뤄지는 평가가 아니라 미리 예고된 평가라는 점에서 서울대병원과 같이 ‘꼼수 인증’이 발생할 구조적인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지금처럼 인증평가 기간에는 ‘반짝 대응’이 이뤄지지 않게 하려면 미리 예고하고 실시하는 인증평가가 아니라 불시평가를 해야 하는데, 병원이 불시평가를 받아들이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증평가가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증 제도가 목표하는 수준과 현재 자원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현행 제도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인증평가 제도 시행 때부터 그 수준 차이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기계적으로 맞추는 데 치중을 해온 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병원 인력에 투자하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고 태만한 일부 병원까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상임대표도 “인증기준에 맞춰 그 기간에만 반짝하고 일상에서 그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의 마케팅을 위한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불시에 평가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박현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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