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7일, 4주기를 맞은 가수 신해철. 한겨레자료사진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민물장어의 꿈> 중에서)
‘마왕’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27일로 4주기가 됐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올해는 그의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가 떠난 뒤 팬들과 동료들이 매년 추모행사에 동참했지만, 올해는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유족과 팬들이 모이는 추모행사나 동료 가수들이 참여하는 공식 추모 공연은 열리지 않았다. 신해철이 생전에 소속사(KCA엔터테인먼트)와 한 전속계약도 이미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올해는 동료들과 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히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가수 현진영은 지난 25일 자신이 출연하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마왕 신해철’이라는 제목으로 4주기 특집을 방송했다. 이 자리에는 넥스트 멤버 정기송, 음악 평론가 임진모 등 신해철과 가까웠던 이들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 지난 13~14일에는 신해철의 작업실이 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약 160m 길이로 조성된 ‘신해철 거리’에서 그의 대표곡인 ‘히어, 아이 스탠드 포유’(Here, I stand for you)라는 이름으로 고인을 추억하는 거리공연이 열렸다. 팬들은 4주기인 2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대에게’라는 타이틀로 추모모임을 갖는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고인의 생전 영상과 사진 등을 보며 추억하는 자리다.
신해철은 지난 1988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로 참가해 ‘그대에게’라는 노래를 불러 대상을 차지했다. 이후 1990년 1집을 내고 솔로 가수로 나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재즈카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가요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어 밴드 ‘넥스트’를 결성하고 1992년 ‘인형의 기사’, ‘도시인’ 등을 담은 1집을 시작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생전 음악뿐 아니라
등 라디오진행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또 ‘독설’을 통한 사회적 발언 등으로 화제에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렇게 늘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27일 장 협착 수술을 받은 지 며칠 만에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고 의료사고 논란이 일었다. 그의 장 협착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