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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분에 수천만원 왔다갔다…도박장 사장도 도박으로 망해

등록 2018-10-29 12:18수정 2018-10-29 14:57

5분에 수백만원씩 배팅할 수 있는 불법도박 ‘파워볼’
운영한 조직폭력배 등 일당 20명 경찰에 붙잡혀
오프라인 매장 운영자가 ‘파워볼’ 빠져 재산 탕진하기도
나눔로또에서 운영하는 파워볼의 한 장면.
나눔로또에서 운영하는 파워볼의 한 장면.
올 초부터 박아무개(53)씨는 광주 동구 산수동에서 은밀하게 ‘도박 매장’을 운영했다. 이른바 ‘파워볼 매장’이다. 파워볼 게임은 나눔로또에서 시행하는 실시간 미니게임 가운데 하나로 선택한 6개 숫자의 홀짝을 맞추거나, 합산한 숫자의 ‘홀·짝’을 맞추거나, 숫자의 합계 구간을 맞추면 당첨금을 주는 추첨식 복권게임의 한 종류다. 배팅의 결과가 5분이면 나오기 때문에 빠르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어 최근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배팅액은 1회에 1000원씩, 하루 30만원으로 제한되어있다.

그런데 박씨는 자신의 매장에 이 ‘배팅액 제한’을 없애버렸다. 나눔로또의 파워볼과 불법 연동된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팅액 제한 없이 한 번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판돈을 걸 수 있게 한 것이다. 도박에 빠진 지인들에게 ‘배팅액 제한’을 없앴다는 소식을 알리고 이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판돈에서 수수료 3~4 퍼센트를 받아 하루에 수천만원씩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박씨도 어느덧 이 도박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5분 만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돈이 좌우되는 게임을 옆에서 지켜보던 박씨는 점점 흥미를 느꼈고, 급기야 수수료로 번 돈을 모조리 도박에 ‘투자’했다. 올 7월 경찰에 붙잡혔을 때, 박씨는 이미 빈털터리 신세였다.

불법 ’파워볼’ 게임 화면. 경찰 제공
불법 ’파워볼’ 게임 화면. 경찰 제공
서울 금천경찰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돈 총액이 2조700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파워볼’ 매장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ㄱ(38)씨 등 20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나눔로또가 운영하는 ’파워볼 게임’과 연동된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팅액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파워볼 게임‘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조직폭력배인 피의자 ㄴ(35)씨 등이 사이트 설립을 주도했고 운영은 ‘불법도박사이트’ 전문업체가 맡았다. 다수의 불법도박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해주는 전문업체를 운영한 ㄱ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서버를 캄보디아에 둬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

또 이들은 불법 사이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매장을 운영해 손님을 유치했다. 이들은 광주시를 거점으로 전북 군산시와 전남 영광군 등지에서 불법 매장을 운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장 운영자들이 평소 도박에 빠진 지인들에게 매장을 홍보했다. 적게는 하루에 수십명, 많게는 하루에 수백명이 이용했으며 한 회 판돈이 400만원이 넘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붙잡힌 이들 중에는 박씨처럼 매장 운영자이면서 동시에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국외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되고 있는 도박 사이트에 대해서는 국제공조수사, 여권제재 조치 등을 통해 조기 검거체제를 구축하고 국제공조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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