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입대를 앞둔 병역 대상자의 80%가 ‘합숙복무인 경우 적절한 대체복무 기간은 현재 병역기간의 1.5배 이하’라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31일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는 올 8월과 9월 병역 판정검사 대상자 527명과 법조계·학계의 전문가 370명, 출소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18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담겨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입대를 앞둔 병역 대상자 가운데 가장 다수(38.8%)는 ‘합숙복무일 경우 대체복무 기간을 육군 병사와 같은 기간(18개월)으로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적절한 대체복무 기간으로 ‘육군 병사의 1.5배’(27개월)를 고른 응답자는 21.2%로, ‘공군 병사와 동일 기간’(22개월)을 택한 응답자(21.6%)와 엇비슷했다. 반면, ‘육군 병사의 2배’(36개월)를 택한 응답자는 16.4%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81.6%가 합숙복무일 경우 대체복무의 복무 기간이 육·공군 복무 기간과 같거나, 육군 병사의 1.5배 수준이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합숙이 아니라 출·퇴근 형식의 대체복무일 경우에는 복무 기간이 육군 병사의 2배가 적당하다는 응답자가 28.4%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또 병역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부정적이면서도 대체복무 제도가 군 복무자의 인권향상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병역 대상자의 과반수(63.7%)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동시에 응답자의 56%는 ‘대체복무제가 군 복무자의 인권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공정한 심사절차’(33.1%)가 첫손에 꼽혔고, 업무 강도(20%), 복무 기간(19%) 등이 뒤따랐다.
반면 전문가들은 병역 대상자들보다도 긴 대체복무 기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결과를 보면, 전문가의 절반가량(47.3%)이 ‘합숙 복무의 경우 적절한 복무 기간이 육군 병사의 2배’라고 답했고, ‘1.5배 이하’는 47%로 엇비슷했다. ‘육군 병사의 2배’라고 답한 응답자가 병역 대상자 보다 전문가가 30%포인트가량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의 33.6%는 대체복무자들의 복무 기간이 길어야 하는 이유로 ’군 복무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라고 답했는데, 이는 당사자인 병역 대상자들의 같은 내용 응답 비율(16.3%) 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병역 대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오히려 전문가들이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발의된 대체복무 관련 법안들은 복무 기간을 군 복무에 비해서 길게 설정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군 복무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합한 결과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복무에 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적으로 현역복무보다 기간을 길게 산정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