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16일 김아무개(65)씨는 모르는 남성에게 엄지손가락을 물려 절단된 뒤 봉합 수술을 받았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가락을 굽히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김씨 제공
판촉물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김아무개(65)씨는 올해 9월15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빌라에 있는 고스톱장을 찾았다. 이곳은 가정집에 소규모 도박장을 차려놓고 열다섯명 정도가 ‘점당 500원’ 고스톱을 치는 장소다. 오후 9시께 이곳에 도착한 김씨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고스톱을 치다가 황당한 ‘사건’을 겪게 됐다.
고스톱을 치다가 돈을 찾으러 간다고 잠깐 자리를 비웠던 ㄴ(57, 청소업)씨가 들어오더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자리에 앉았다’며 김씨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ㄴ씨가 “죽여버린다”라고 말하며 욕설을 하자, 겁을 먹은 김씨는 다툼을 피하기 위해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ㄴ씨는 자리를 옮긴 김씨의 배를 양발로 두 차례 걷어차는 등 폭행을 계속했다. 김씨는 옆에 있는 플라스틱 소쿠리로 ㄴ씨의 머리를 때리는 등 저항했지만, ㄴ씨는 김씨를 발로 차 쓰러트렸다. 이후 김씨가 폭행을 막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ㄴ씨는 김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 첫째 마디를 치아로 물어 절단시켰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ㄴ씨는 김씨의 옆구리를 한 차례 더 발로 차기도 했다.
김씨는 사건 발생 직후 서울 성수동에 있는 봉합전문병원에서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장애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김씨는 잘린 손가락을 봉합한 뒤 손가락을 전혀 굽히지 못하고 있다. 젓가락질을 못 하고 볼펜을 쥐지도 못해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김씨의 봉합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는 <한겨레>에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아 단정하긴 어렵지만 관절 가동에 제한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남편(58)은 “아내가 평소 김장을 담그거나 반찬을 만들어 딸에게 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를 평생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일 “ㄴ씨를 상해와 도박 혐의로 붙잡아 31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한만큼 증거 인멸과 도주를 염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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