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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양진호, 악행 동영상 찍어 임원끼리 공유했다”

등록 2018-11-02 11:57수정 2018-11-02 19:18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직원 <한겨레> 단독 인터뷰

“불법영상 올리는 헤비업로더들
가끔 회사 찾아와 이야기 나눠
돈 많이 벌었다며 피자 사주기도”

“양진호 동생 체대 후배들이
콘텐츠 관리하는 운영팀 맡아
군대문화 강해 엽기행각 쉬쉬”

“불법영상 많아 압수수색 신경 써
직원간 메신저 사용도 엄격 관리
회장 사퇴? 뒤에서 업무지시 할것”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 형사 합동수사팀은 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양진호(47) 회장의 자택과 인근 위디스크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광역수사대 형사 15명 등 모두 40여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 형사 합동수사팀은 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양진호(47) 회장의 자택과 인근 위디스크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광역수사대 형사 15명 등 모두 40여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헤비업로더들이 종종 사무실로 온다. 우리와 상생관계다”

웹하드업체 위디스크를 운영하는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직원 손민수(가명)씨는 회사가 성범죄 동영상 등 불법영상물을 올리는 ‘헤비업로더’들을 꾸준히 만났다고 주장했다. 적극적으로 불법영상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는 위디스크 등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지배구조를 통해 위디스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양진호(47)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저작권 없는 불법음란물’ 유통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거절하다 어렵사리 입을 연 손씨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양 회장의 사과문이 ‘꼼수’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관련기사: 양진호 1000억대 돈줄 뒤엔…병 주고 약 파는 ‘음란물 카르텔’)

■회사는 헤비업로더들이 누군지 알고 있다

손씨는 위디스크에 올라오는 콘텐츠 관리를 양 회장 동생 양진서씨의 대학 후배들이 주로 근무하는 ‘운영팀’에서 맡았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체대 출신인 동생 양씨는 학교의 추천을 받아 직원을 채용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헤비업로더들과 운영팀이 ‘미팅’을 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헤비업로더라고 야한 자료나 이런저런 자료들을 대량으로 올려주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수수료를 얻는 것도 많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이야기도하고 미팅도 하고 그랬습니다” 헤비업로더들이 사무실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손씨는 “가끔 헤비업로더들이 사무실도 오고, 웹하드에 자료 올려서 돈 많이 벌었다며 운영팀에 피자를 배달해 주기도 했다”며 “우리는 상생관계다”고 밝혔다.

회사도 이같은 불법 유착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손씨는 “웹하드에는 불법 자료가 많다”며 “다른 것에 흠잡힐 게 많기 때문에 압수수색에 들어올 것을 늘 조심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직원들간의 메신저 사용도 엄격히 관리됐다. 직원들은 크롬(인터넷 브라우저) 시크릿(비밀) 모드에서 웹버전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웠다. 성인물을 다루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압수수색도 자주 나왔으니까…”

위디스크 등이 불법영상물 차단 즉 ‘필터링’을 우회하기 위해 필터링 업체를 매입했다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재는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의 실소유주가 양 회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손씨는 “웹하드가 ‘먹고 살’ 길을 터주기 위해 필터링 업체를 매입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어차피 필터링 업체에 돈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수수료라도 싸게 하기 위해 뮤레카를 매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레카는 현재 다른 곳으로 매각됐다고 덧붙였다.

■“여기가 회사냐 군대지” 폭력에 젖어 심각성 몰랐다

“회사는 군대였어요”

어렵사리 입을 연 손씨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군대’였다. 체대 출신의 직원이 많아지다 보니 군대문화가 회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했다. 아이티(IT) 회사였지만, 헐렁한 체크무늬 셔츠나 후디트를 걸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개발자 패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양 회장의 뜻대로 개발자들은 정장을 입었다.

군대 문화 때문인지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일들은 좀처럼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일명 ‘건강검진’이라는 연례행사를 가장 괴로워한다고 했다. 양 회장이 비타민을 적정량보다 10배 넘게 타서 직원들에게 먹인 뒤, 비타민 과잉 섭취로 인산 설사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손씨는 “설사가 소변처럼 쏟아져서 화장실에서 나올 수가 없다”며 “양 회장은 암 환자는 비타민 먹어도 화장실 안간다는데, ‘건강검진’은 그걸 체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직원폭행 영상의 촬영이 이뤄진 것은 놀랍지 않다고 했다. 양 회장이 직원을 시켜 모든 동영상을 촬영하게 했다는 것이다. 촬영된 영상은 임원들의 ‘단톡방’에서 공유된다고 했다. 손씨는 “악행이나 웃긴 영상들을 찍어서 소유하고 임원들끼리 공유했다”며 “굴욕적인 영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2013년 12월 교수 폭행 사건 때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회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교수가 회장실에 들어가니까 임원들하고 체대 출신 직원들이 전체가 통유리로 된 회장실 블라인드를 급하게 내렸다. 회장실이 통유리라 직원들이 그 안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날은 보기 어려웠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교수의 비명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평소 양 회장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기 때문에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지만, 그날은 맞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크게 났다.(▶관련기사: [단독]‘직원 폭행’ 양진호 교수 폭행 사건으로 검찰 수사 중)

“회사 모토가 ‘위디스크라는 사이트는 세상 어떤 사람도 다 우리 회원일 수 있다. 건물 안에서도 건물 밖에서도 사람한테서 나쁜 짓은 하지 말아라’ 였어요. 근데 회장이 이런 짓을 하고 다니니 당황스럽죠”

■양 회장의 사퇴는 ‘꼼수다’

폭행 사건과 엽기적 행각이 거듭 불거지고 불법촬영 영상 유통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자 양 회장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사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직원 폭행 양진호, 페이스북에 사과문 “회장직 사퇴하겠다”)

하지만 손씨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손씨는 “사과문 본 과거 직원들 반응이 100% 똑같다. ‘쇼한다’는 거다. 지금은 다 내려놓겠다고 하지만, 출근은 안 해도 업무지시는 다 할 거다. 그리고 어느샌가 또 출근하고 있을 거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양 회장의 측근이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는데, 회사의 형식적인 징계에 가해자는 회사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손씨는 “피해자들이 신고하겠다고 나서니 이사회에서 징계를 내리고 피해자들은 경찰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썼다”며 “그런데 합의서에 적힌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가해자를 회사에 복귀시켰다”고 말했다. 몇몇 피해자는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갔고, 남은 피해자는 양회장이 감당못할 업무를 줘서 퇴사시켰다고 했다.

손씨는 앞서 여러차례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금까지 그냥 다녔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그 일들이 모두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된거죠. 다시는 어떤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마지막 말을 마친 뒤 평소보다 늦어 깜깜해진 퇴근길을 다시 걸었다.

이주빈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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