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입원환자의 사물함을 매주 검사한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입원환자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2일 인권위는 입원환자들의 사물함을 정기적으로 주1회 검사한 충청북도의 정신의료기관 ㅈ병원에 대해 “입원환자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의 설명에 따르면, 충청북도 제천시에 있는 정신의료기관인 ㅈ병원은 자체적으로 규정을 마련해 매주 한 차례 입원환자의 사물함을 검사했다. ‘위험물질 반입을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서비스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환자 ㄱ씨가 자신의 보호사인 이아무개씨와 사물함 검사 문제로 말싸움을 벌이는 일이 생겼다. 보호사 이씨가 ㄱ씨의 사물함에서 외부에서 신는 슬리퍼를 발견하고 “병실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신발장에 넣어야 한다”고 하자, ㄱ씨가 “신발장에 보관하면 분실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이다. ㄱ씨는 병원이 사물함 검사로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가 조사에 나서자, 병원 쪽은 사물함 검사가 입원생활 중 일어날 수 있는 자해 등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사물함 검사가 “환자가 가진 물품 중 위험하거나 병동 내 위생에 문제가 되는 물품을 회수해 입원생활 중 일어날 수 있는 자해·타해·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 장애인차별 구제위원회는 입원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사물함 검사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다수의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환자들의 치료 및 보호를 위해 사물함을 검사하는 것 자체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병원에서 입원환자들의 외출·외박 후 위해도구 소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음에도 사물함 검사를 정기적·일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사물함 검사가 환자의 사전 동의를 받거나, 개별 환자의 증상에 맞춰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다수의 입원환자와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진정인에게 개인사물함은 ‘유일한 사적인 영역’으로 사생활의 보호범위 포함된다”며 “병원은 합리적으로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환자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환자가 사물함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특성이나 증상에 맞춰 사물함 검사가 필요한지 개별적을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입원환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한이 최소화되도록 병원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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