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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국제인권규약도 국내법과 동일 효력” 첫 명시

등록 2018-11-03 05:00수정 2018-11-03 10:06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에서
세 대법관, 다수의견에 보충의견
“유엔 시민·정치권리 규약 근거해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
법적 구속력 없지만 인권증진 계기
하급심 인용·권리구제 넓힐 가능성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씨의 상고심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라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씨의 상고심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라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문에 “한국이 가입한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이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이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도 국내법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는 그동안 법조계에서 논란이 있었다.

2일 박정화·김선수·노정희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보면, “우리나라가 가입한 자유권 규약의 경우에는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이 나온다. 이들은 “자유권 규약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된 조약이므로 헌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며 그 효력은 적어도 법률에 준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대법원이 한국이 가입한 국제 인권 규약을 판단 조건으로 활용한 적은 있지만, ‘자유권 규약이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유권 규약은 1966년 유엔 총회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 존중을 촉진하기 위해 채택됐고, 한국은 1990년 가입했다.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판사는 “재판에서 다른 조약은 국내법과 똑같이 효력을 가졌는데, 국제인권 관련 조약은 그렇지 않았다. 대법원도 그동안 하나의 고려 요소로만 봤지 직접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대법관은 또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리가 자유권 규약 제18조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동 조항으로부터 도출되는 권리라는 점은 이제 확립된 국제적 기준이 되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자유권 규약 제18조에 따라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권 규약 제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대법관들은 이어 “자유권 규약과 같은 국제인권규약의 경우 법원은 헌법상 기본권을 해석할 때는 물론 법률을 해석할 때도 규약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제인권규약에 조화되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사법부가 지켜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충의견은 법정 의견이 아니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법원이 인권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판사는 “자유권 규약이 ‘직접적인 재판규범’이라는 대법관들의 판단은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진일보한 표현이다. 앞으로 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규범 조문에 근거해 법원에 권리구제 청구를 하면 하급심에서 널리 인용될 가능성도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권리구제 폭이 매우 넓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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