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행정자치부 산하 ‘광화문1번가’에서 현장 상담을 해오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ㄱ(45)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5월22일부터 행정자치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광화문 1번가’에 파견돼 현장 업무를 담당해왔다. 광화문1번가는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정책제안센터다. ㄱ씨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컨테이너 2개를 연결해 만든 임시 사무실로 출근해 시민들로부터 정책을 제안받고 이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정책 제안보다, 행정부·사법부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을 상대하는 일이 더 잦았고 “대통령과 직접 면담하겠다”,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등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해 6월 ㄱ씨는 사법부 판결에 불만을 갖고 있던 민원인을 상담한 뒤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겪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후송됐다. 파견 26일 차였다. 병원쪽은 ㄱ씨에 ‘뇌경색증’ 진단을 내렸다. ㄱ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요양 승인 신청’을 냈지만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집중적으로 있었다 보기 어렵다”며 거부당했다.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 심사를 재차 청구했지만 또 한 번 거부당했다. ㄱ씨는 결국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가 진단받은 뇌경색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심 판사는 “앞면이 완전히 개방된 임시 사무실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민원인 등과 하루종일 상담하는 상황을 공무원의 통상적 근무 환경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행정부·사법부에서 만족스러운 답을 받지 못한 민원인과의 상담 과정에서 욕설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근 업무를 주로 해온 ㄱ씨의 업무경력을 살펴봤을 때 현장상담 업무가 익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사무실 인근의 각종 소음에 노출돼있었던 점 등도 참작됐다.
심 판사는 평소 ㄱ씨의 건강상태도 고려했다. 심 판사는 “흡연도 전혀 하지 않았고 술도 일주일에 한 차례 마시는 등 평소 철저히 건강관리를 했던 것으로 보이고 과거 검진 기록상 특별한 사항도 없었다”며 “ㄱ씨의 업무로 뇌경색이 발병·악화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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