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아파트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70대 경비원의 딸이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
술 취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이유 없이 폭행당한 73세 경비원, 저희 아버지가 회복 불가능한 뇌사 상태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 경비원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경비원으로 20년 동안 일해 온, 올해 73살인 저희 아버지가 술 취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이유 없이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라며 아버지의 현재 상태를 알려왔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주먹으로 아버지의 눈두덩이를 집중적으로 가격하고, 머리가 뭉개질 만큼 발로 수차례 밟았다. 아버지는 현재 의식 불명 상태고 병원에서는 급성 경막하 출혈, 지주막하 출혈, 뇌실내출혈로 앞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청원인은 “그런데도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범행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아버지는 뇌사 상태지만, 회복이 불가능하고 살인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 이러한 끔찍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살인죄가 적용해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청원인 기억 속의 아버지는 “근무하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분이라는 평을 받는” 경비원이었다. 청원인은 “제가 얼마 전 둘째 아이를 낳자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기뻐했다”며 “예전의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없는 저희 가족은 너무나 슬프고 원통하다”고 호소했다. 4일 오후 2시 현재 이 청원글은 1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 주민 최아무개(45)씨는 아파트 입구 경비초소에 앉아있던 70대 경비원을 다짜고짜 폭행한 혐의(중상해)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비원은 휴대전화로 112 신고를 하다가 정신을 잃었고 경찰이 위치추적으로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처음에는 술에 취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폭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