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교육부의 비리유치원 비호·방조에 대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어린이집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거둔 뒤 업체로부터 대금 일부를 받아 개인 생활비로 쓴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의 유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어린이집을 소유한 법인은 학부모로부터 거둔 특별활동비 등의 처분권한이 있으며, 횡령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횡령, 사기,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주 ㄴ어린이집 원장 문아무개(47)씨의 상고심에서 횡령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로 제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사회복지법인 ㄴ이 설치·운영하는 ㄴ어린이집 원장인 문씨는 특별활동 운영업체들과 부풀린 금액으로 특별활동 계약을 맺은 뒤 대금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아내 명의의 통장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2010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모두 128차례에 걸쳐 3623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씨는 자신의 아내와 동생 아내를 어린이집 취사부로 허위 등록해 인건비와 보조금을 지급받는 등 모두 623만원을 부당 수급해 사기와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횡령과 사기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특히 횡령 혐의에 대해 “피해자 법인이 학부모로부터 거둔 특별활동비는 운영업체들에 지급하기 위해 원장 문씨가 업무상 보관하던 돈으로 피해자 법인의 소유다. 문씨가 일단 지급했다가 나중에 그중 일부를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할 생각으로 특별활동비를 운영업체에 지급하였다면 이는 ‘불법영득 의사’가 객관적으로 외부에 드러나는 횡령행위에 해당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2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사기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학부모로부터 특별활동비를 받은 피해자 법인이 이 돈에 대해 별도의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문씨가 특별활동 운영업체로부터 특별활동비 일부를 되돌려 받음으로써 법인 소유의 특별활동비를 횡령한다는 고의 또는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횡령 혐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에서 ‘횡령 혐의가 맞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ㄴ어린이집 설치·운영자인 피해자 법인이 학부모들로부터 거둔 특별활동비는 법인 소유가 되고, 법인이 이 돈에 대해 처분권한을 가진다. 문씨가 특별활동비를 과다 계상해 계약을 체결한 뒤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피해자인 법인 소유의 특별활동비 횡령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다른 사람을 위해 금전 등을 보관·관리하는 자가 (리베이트를 받은 경우) 과다하게 부풀려 지급된 대금만큼을 횡령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법인을 위해 금전 등을 보관·관리하는 문씨가 개인 용도로 쓰기 위해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특별활동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그중 일부를 돌려받았으므로, 피고인이 과다하게 부풀린 특별활동비 상당액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례는 어린이집 뿐 아니라 법인화된 유치원이 특별활동비, 방과 후 과정 비용 등 원비를 유용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의 원비 유용에 대한 횡령죄 적용은 유치원이 법인화해야 가능하다. 다만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앞으로는 (일반) 유치원도 교비 회계를 교육 목적 외에 부정 사용하면 처벌받을 수 있게 돼, 원비 유용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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