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희 전 서울 강남구청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신연희 전 서울 강남구청장의 횡령 증거가 담긴 서버 전체를 삭제·포맷해 증거를 없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강남구청 공무원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된 전 강남구청 전산정보과장(5급) 김아무개(5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 쪽이 제기한 쟁점 모두에서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인터넷을 통해 급히 구입한 삭제 프로그램으로 신 전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횡령 관련 문건이 담긴 강남구청 출력물 보안시스템 서버를 삭제하고 복원을 막도록 서버를 포맷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신 전 구청장 사건과 관련해 강남구청 통합전산실을 압수 수색을 하던 경찰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이 담긴 문건이 암호화돼 있어 출력할 수 없게 되자 서버 담당자인 김씨에게 임의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오겠다. 증거 인멸을 하면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다음 날 아침 직원들에게 서버 삭제를 지시했고, 직원들이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며 거절하자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 직접 서버를 삭제했다.
1심에서 김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서버를 삭제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으나, 1심 재판부는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 구형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수사와 1심 재판까지는 신 전 구청장의 지시 사실을 부인했지만, 신 전 구청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열린 지난 4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신 전 구청장의 지시로 범행했다”고 실토했다.
2심 재판부는 “상급자와 하급자 등 다른 직원들이 모두 (신 전 구청장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거부한 상황에서 김씨만 이를 따랐다. 김씨는 공무원으로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방해해 증거를 인멸함으로써 신 전 구청장의 기소나 유죄 입증에 어려움이 생기도록 했다. 이는 국가형벌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신 전 구청장은 1심에서 횡령, 증거 인멸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진행 중인 항소심 재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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