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 20여명이 농성에 나섰다. 이준희 기자
12일 오전 10시께, 서울시청사 1층 로비에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20여명이 신문을 깔고 둘러앉았다. “이 추운 곳에서 밤에 어떻게 견디지”, ”빨리 해결하고 집에 가고 싶다”. 상인들은 벌써 ‘밤샘 농성’을 각오하며 한숨을 쉬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에 반대하며 옛 시장에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인들이 이날 서울시청 안에 모여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5일부터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수협의 옛 시장 ’단전·단수’를 중단하도록 서울시 쪽이 ‘행정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새 시장 이전을 두고 불거진 옛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과 수협 간의 갈등은 지난 5일 수협의 단전·단수 조처와 9일 퇴거 ‘최후통첩’ 이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협은 새 시장 이전 신청을 하지 않고 옛 시장에 남아있는 상인들에게 지난 9일까지만 시장 이전 신청을 받고, 이후에 남은 공간은 일반에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협 쪽은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들에 대해서는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해 새 시장 입주가 끝나는 17일 이후 옛 시장에 대한 폐쇄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옛 시장에 남아있는 상인들은 수협만큼이나 완강한 입장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상인들은 서울시가 행정 조처를 통해 수협이 옛 시장에 다시 물과 전기를 공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40년 동안 노량진 수산시장을 지켜왔다는 김아무개씨는 “우리는 불법노동자가 아니라 평생 세금을 내온 사람들이다. 지금도 다리가 벌벌 떨린다”며 “(단전·단수로) 고기 600만원 어치가 죽었다. 서울시에서 우리 세금 받아서 건물을 지었으면 거기 한 사람이 남아있어도 구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8년 동안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박아무개씨도 “지금 인터넷 댓글을 보면 우리가 도둑놈인 것처럼 적어놔 마음이 아프다. 실상을 몰라서 그렇다”며 “실상은 새 시장이 공간이 좁아서 들어가면 상인들이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이다. 우리 상인들의 요구는 시장다운 시장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시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수협의 자산이고, 상인과 수산시장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시가 개입할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시가 개설자이긴 하지만 개설자의 권리에도 범위가 있다. 개설자는 농수산품에 대한 감시 및 인허가 권한만 있다”며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협의 자산이기 때문에 소유자의 행위에 대해 개입하고 명령할 권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상인들은 서울시에서 수협 쪽에 행정명령으로 옛 시장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면 밤샘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전 신청을 하지 않고 옛 시장에 남아있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은 131명이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