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수억 원대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과 회사 대표 등 2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코스닥 상장업체 ㅌ사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전 세무서 6급 공무원 황아무개(54)씨를 구속하고 전·현직 세무공무원 11명을 금품 수수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로 붙잡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또한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코스닥 상장사 ㅌ사와 ㄴ사 대표 및 임직원 10명, 이들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세무공무원을 연결해 준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2명 등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휴대폰 모듈과 터치스크린 등을 개발하는 ㅌ사의 대표 이아무개(45)씨는 2010년 10월∼2016년 9월까지 6건의 세무조사를 무마하고자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김아무개(54)씨 등 2명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ㅌ사로부터 3억7700만원을 수수한 뒤 그중 2억2000만원을 공무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ㅌ사는 670억 원대 분식회계와 31억원 횡령, 228억원대 사기대출 등을 감추고 상장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당시 경기도의 한 세무서에서 일하고 있던 5·6급 세무공무원 황씨 등 10명은 세무사 2명으로부터 현금과 골프, 식사대접을 받고 ㅌ사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다른 코스닥 상장사 ㄴ사 대표도 2013년 3월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세무사 김씨를 거쳐 6급 세무공무원 황씨에게 9000만원을 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ㅌ사가 지난 10월11일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으로 상장 폐지되면서 8800여명의 주주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이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를 통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세무공무원들은 청탁 대가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 기업, 세무사, 공무원이 연결된 전형적인 지역 토착 비리”라며 “공직 비리와 상장법인의 회계부정으로 주주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