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 앞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사는 가급적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윤웅걸(52·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이 13일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렇게 주장했다. 부패·경제 범죄 등 일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유지하는 등의 법무부의 수사권 조정 방향에 대한 공개 비판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겠다면서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일부 지검에 특별수사부를 존치해야 하다는 대검찰청 입장과도 다르다.
그는 “수사는 누가 주체든 간에 ‘나만 정의롭다’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범죄와 직접 상대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하기 쉬운 행위”라며 “검사들은 직접 수사를 통해 마치 정의를 실현한다고 생각하지만, 검사들이 직접 수사를 하면 할수록 심지어 전직 대통령을 2명이나 구속하였음에도 신뢰는커녕 국민의 불신만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의 수사는 검사가 통제하지만 검사의 수사는 통제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며 “만약 검사가 개시하는 수사가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경찰이 받는 통제와 동일한 수준의 통제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한과 신뢰는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검찰이 수사권의 과도한 행사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면 이를 내려놓고서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검사장은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수사행위가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확증편향과 객관성 상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논의는 검사의 수사권을 어떻게 줄이면서 통제하고,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어떻게 강화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지휘는 범죄척결의 효율성과 수사행위의 매 순간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여 경찰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검찰개혁이 엉뚱하게도 검사의 사법통제 없는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 인정 등 경찰력 강화로 가는 것은 사법제도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라고 강조했다.
윤 검사장은 또 “우리 검찰은 직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수사권보다는 간접적 권한인 수사지휘권에 집중함으로써 유럽 검찰의 선구자들이 구상했던 ‘팔 없는 머리’가 되어야 한다”며 “객관화된 검찰만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며, 그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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