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ㄱ씨 집 베란다는 지난 15일 ‘물바다’가 됐다. 베란다 우수관이 역류하며 바닥에 물이 고인 것이다. 관리사무소 확인 결과 역류 원인은 이웃집에서 흘려보낸 배춧잎 등 김장 쓰레기였다. 아파트 관계자는 “한 주민이 베란다에서 김장을 하고 김장 쓰레기를 우수관으로 배출해 배관이 막히면서 역류가 일어났다”며 “이 일로 ‘김장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고 말했다.
김장철을 맞아 김장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생기는데다, 배추(음식물 쓰레기)와 양파·마늘·파껍질(일반 쓰레기) 등의 배출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김장 쓰레기 배출 기준이 제각각이라 헷갈린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11~12월인 김장철에 한해 물기가 없는 마른 배추, 파 등 채소 쓰레기를 용량이 큰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물기 없는 김장 쓰레기에 몰래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 버리는 일이 많아 분리수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물기 없는 배추 등 김장 쓰레기만 한시적으로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는 걸 허용한다는 것”이라며 “이 기간에도 물에 젖은 채소는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단체의 고민도 깊다. 예를 들어, 지난해까지 김장철 쓰레기를 무상으로 수거했던 경기도 군포시는 김장 쓰레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얌체족’ 때문에 올해부터 유상수거로 전환했다. 군포시 관계자는 “지난해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서 내놓는 혼합배출이 매우 많아서 올해는 유상수거로 전환하게 됐다”며 “전국적으로 유상수거를 하는 지자체가 많은데, (유상수거를 하는) 다른 시·군의 사례를 보니 혼합배출이 덜한 것 같아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장 쓰레기를 무상수거하는 경기도 부천시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수거를 하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무단투기로 보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이 각자 규칙을 정해 김장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시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만 해도 구별로 김장 쓰레기 배출 방법이 △일반 종량제 봉투 △김장 쓰레기 스티커를 부착한 일반 종량제 봉투 △음식물 종량제 봉투 등으로 제각각이다. 은평구와 중구는 ‘김장용 쓰레기’ 스티커를 붙여야 하고, 마포구와 관악구·강동구는 ‘김장 쓰레기’라고 봉투에 써놓아야 한다. 3개월 전 중구로 이사 온 정아무개(35)씨는 “이전에 살던 용산구에서는 김장 쓰레기를 버릴 때 별다른 규정이 없었는데, 중구에서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면 수거해 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당황스러웠다”며 “규정이 통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김장 쓰레기 배출 기준은 폐기물관리법상 각 구청이 정한다”며 “구마다 상황이 달라 큰 기준은 서울시가 만들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자치구에서 만들고 있어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다른 김장 쓰레기 배출 기준은 각 시·군·구청의 ‘청소행정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바로잡습니다
<한겨레>는 17일치 10면 ‘김장 쓰레기 배출 헷갈려요’ 기사에서 서울 서대문구는 김장쓰레기를 일반종량제 봉투(20ℓ)에 담아 배출해야한다고 보도했지만, 음식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것이 맞아 바로잡습니다. 기자의 착오로 잘못된 정보를 전해드린데 대해 서대문구청과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