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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피고인과 “형님” “동생” 술접대 받은 전직 판사 면죄부

등록 2018-11-18 11:29수정 2018-11-18 20:47

청주지법 판사, 같은 법원 피고인에게
법원 근처에서 9번·636만원 술 접대받아
“형님” “동생” 부르며 자주 연락하고
공판검사에게 피고인 소개까지 했지만
법원 “재판 청탁 증명 안 돼” 무죄 판결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판사 재직 시절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던 중범죄 피고인에게 수백만원어치 술접대를 받은 전직 판사에게 1·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도 무죄를 확정했다. 서로 “형님” “동생”이라고 부르며 자주 연락하는 사이였지만 “재판 관련 내용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막연한 이유에서다. 법원은 저렴한 밥값은 판사가 내고 비싼 유흥주점에선 돈 많은 피고인이 낸 점, ‘당당하게’ 법원 근처 식당이나 술집에서 만난 점까지 모두 무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직 판사 김아무개(41·사법연수원 33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김 전 판사는 청주지법 판사로 있던 2013년 7월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바로 전년까지 이 법원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박아무개 변호사로부터 청주지법에서 재판받는 피고인 이아무개(40)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7~10일 간격으로 9차례 걸쳐 유흥주점 등에서 따로 만났다. 김 전 판사는 2014년 초 법원을 나와 변호사로 개업했는데, 2년여 뒤 이씨는 접대비 2000만원 반환을 요구하며 김 전 판사를 고소했다. 검찰은 재판 청탁과 함께 636만원어치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로 김 전 판사를 기소했다.

이씨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판사를 처음 만난 날 ‘재판을 받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1심인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창제)는 “이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며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수차례 김씨를 만나 장시간 술을 마시면서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다. 이는 알선을 청탁하고 수차례 향응을 제공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말만 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등을 말하지 않았으니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판사로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씨가 자신과의 ‘친분 관계’에 의해 향응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특히 두 사람이 청주지법 근처 삼겹살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고, 이때 김 전 판사가 다른 테이블에 있던 청주지검 검사들에게 가서 인사를 하는 한편, 이씨 사건을 맡은 공판검사가 합석한 점 등을 들어 “재판 청탁이 있었다면 이런 만남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사, 판사, 피고인, 변호사가 ‘한데 어울리는’ 지역 법조계의 일그러진 풍경까지 무죄 근거로 가져다 쓴 것이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혁중)도 지난 5월 이런 이유로 김 전 판사의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김 전 판사가 재판 도움 명목으로 이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은 그동안 판사의 ‘재판 청탁 뇌물’ 혐의 인정에 매우 인색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김수천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건에서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재판 청탁은 무죄로 판단했다. 외제차 등 1억5600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은 시점이 아직 1심 재판이 진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재판을 예상하고 미리 뇌물을 주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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