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신자이면서 평화주의자로 병역거부를 했던 오태양 우리미래당 비대위원장이 6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리미래당 사무실에서 '평화'가 적힌 흰 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무죄라고 판결한 뒤 처음으로 ‘종교적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피고인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입영 거부와 달리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놓지 않는 사이, 검찰은 해당 사건의 무죄 판결에 항소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3단독 송영환 부장판사는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아무개(3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홍씨는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높은 도덕적 기준을 따르기 어려워 종교 생활을 중단했다고 한다. 홍씨는 4주간 군사훈련을 받고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마쳤으며, 예비군 훈련도 4년 동안 받았다. 그러나 첫딸이 태어나면서 신앙공동체 내에서 성경 공부를 하는 영적 생활에 행복을 느낀 홍씨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살기로 하고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 형사재판의 쟁점은 입영거부와 마찬가지로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병역 의무 이행 강제는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사람을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연습하는 것에 반대하는 양심을 형성하였고, 예비군 훈련에 응하게 되면 양심의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 되어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위기 상황이 초래되므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였다”며 “예비군 훈련 의무 이행을 강제한다면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는 일방적으로 무시된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이어 “피고인이 이행할 의사를 표시한 대체복무제는 국방 의무의 헌법상 가치에 부합하고 군사 부문에서 예비군 훈련 의무의 이행과 동등한 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며 “대체복무제가 예비군 훈련의 종류로 예비군법에 규정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므로 훈련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10월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와 관련해서는 2004년 이정렬 판사가 처음 무죄 판결을 한 뒤 하급심에서 총 7건의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현재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 사건 4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은 이 역시 지난 6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으나 지난 1일 선고에서는 제외했다. 또 2007년 송승용 판사의 첫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시작으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의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총 3건의 위헌법률심판이 헌재에 제청됐는데, 헌재 역시 2011년 합헌 결정을 한 뒤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두진 변호사는 “적절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예비군 훈련 거부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대로 예비군 훈련 거부도 ‘정당한 사유’로 보고 무죄 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은 훈련을 거부할 때마다 벌금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처벌받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군 복무를 마쳤는데도 그런 부담을 감수한다는 것은 훈련 기피보다는 양심에 따른 결정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이번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 무죄 판결에 항소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무죄 판결에도 과거처럼 상소를 이어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유죄 판결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대법원이 제시한 심리 방식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심리해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허윤범 판사는 지난 16일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백아무개(21)씨에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뒤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찰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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