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체 복무 없는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6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인권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병무청이 ‘병역 기피자’라며 해오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스스로 철회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병무청은 “오로지 사회적 불명예와 고통을 가하는 처벌수단”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신상공개를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에도 공개를 고집해 비판을 받았다.
병무청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고 7월 신상정보 공개를 임시로 중단했다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뒤 취소를 결정하고 당사자에게 통지했다”며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는 후속 행정 조치다”라고 말했다. 실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신상공개 취소 소송 중인 홍정훈(28)씨는 인천병무지청에서 공개를 취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천병무지청은 홍씨에게 “대법원 판결에 의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됨에 따라 명단 공개 조치 등을 취소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병역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병역법에 따라 2016년 12월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병역 기피자’라며 이름 등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2016년 12월 이름이 공개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공개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법원 판결 때까지 공개를 중지하라고 결정했지만, 병무청은 2017년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상을 그대로 공개했다가 재차 법원의 제지를 받았다.
그러나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 뒤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6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불합치라는 헌재 결정이 나오자,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영일을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발과 기소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 지난 1일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신상공개를 스스로 철회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이미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나 한국 하급심 법원의 판결 등으로 신상공개 제도의 문제점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병무청이 행정벌인 신상공개대상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제외한 것은 대체복무제도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결정이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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