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청사. <한겨레> 자료사진
수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캐비넷에서 잠자고 있던 대기업 주식·계열사 허위신고 사건들을 검찰이 재조사해 이명희(75) 신세계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1일 이 회장을 비롯해 김범수(52) 카카오 이사회 의장, 서정진(61)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76) 중흥건설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신세계그룹 계열사 3곳과 롯데그룹 계열사 9곳, 한라그룹 계열사 1곳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 회장은 2014∼15년 자기 차명주식의 실소유자를 거짓으로 신고한 혐의를, 김 의장 등은 그룹 계열사를 누락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대주주의 차명주식 및 계열사 현황을 허위 신고하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추구에 악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68조)을 보면 기업 계열사 및 주식에 대한 허위신고는 담합이나 갑질(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다른 공정거래 사건들과 달리 ‘공정위 전속고발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건을 인지하면 곧바로 검찰에 송치해야 했지만, 그간 공정위는 법적 근거나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경고’만 하고 사건을 종결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에 검찰이 조사한 150여건 중 120여건은 모두 공소시효(5년) 도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고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2013·14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13년),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2013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2011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2011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검찰은 해당 공정위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또 징계를 위해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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