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경찰서의 모습. 다음 로드뷰 갈무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인을 사칭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어머니를 특별사면으로 석방시켜 주겠다며 딸한테 3000만원을 받아 챙긴 4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지인을 사칭해 성동구치소에 수감 중인 ㄱ(55)씨를 석방시켜 주겠다며 딸인 최아무개(30)씨로부터 3000만원을 건네받은 최아무개(43)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의자 최씨와 ㄱ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최씨는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ㄱ씨를 특별사면으로 출소시켜줄 수 있을 것처럼 ㄱ씨를 속였다. 같은 달 중순 출소한 최씨는 출소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ㄱ씨의 딸을 만나 수표로 3000만원을 건네받았다. 최씨는 ㄱ씨의 딸에게 “임종석 실장이 30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임 실장이 법무부 심사위원, 교정본부 등에 전달해 어머니를 특별사면 대상자로 선정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이 제공한 지난해 12월 피의자 최씨와 ㄱ씨의 딸 사이의 통화 녹취를 들어보면, 최씨는 “법무부랑 교정본부랑 가석방심사위원회에 밥 드시고 하라고 돈이 전달된 상태”라고 말한다. ㄱ씨와 딸은 올해 5월 최씨와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게 된 이후에야 수상한 기색을 인지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최씨가 7차례의 출석 요구에도 “몸이 아프다”며 응하지 않고, 등록된 주소지에도 거주하지 않아 피의자가 자주 다니는 서울 성북구 인근에 잠복하다 이달 19일 최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최씨는 빼앗은 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최근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인사 등을 사칭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라”고 특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을 사칭한 예를 들며 “피해자들은 많게는 4억원을 뜯기는 등 거액을 사기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일 이른 발생 시점이 지난해 8월 정도로, 그때만 해도 한두 건이었는데 누적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통령께서 특별 지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