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 전경. 건물 오른쪽 아랫 부분이 법원행정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각급 법원이 사법행정 제도 개선안에 대한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에 나섰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내놓은 사법 행정 개선 방안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시 ‘내부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후속추진단까지 만들며 마련한 사법 개혁안이 법원 내부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법원은 26일 ‘사법행정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해당 법원이 작성해 소속 법관 110여명에게 배포한 설문조사안은 사법행정회의의 비법관 참여 비율,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관 추천 비율 등에 관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대법원 행정처가 각급 법원에 배포한 ‘사법행정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한 쟁점 정리'를 기초로 설문조사안이 작성됐다고 한다.
수도권 소재 또 다른 법원의 경우, 다음달 4일 난상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소속 법관 150여명은 이날 점심 사법행정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사법행정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법관·비법관 참여 비율, 구성원 추천 방식 등에 대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전날(3일) 예정된 법원 내부 토론회 논의 결과도 토론에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대한 각급 법원의 의견 수렴은 지난 12일 ‘법원 내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일선 법원은 설문조사, 토론회 등 소속 법관 의견 수렴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급 법원에서 취합된 의견은 다음달 7일 전국법원장 회의를 통해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법원 안팎의 논의를 거쳐 내놓은 사법개혁안을 다시 논의에 부치는 데 대해, “법원 행정처가 개혁을 미루거나 후퇴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을 구성해 사법행정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후속추진단 등은 대법원장 권한의 상당 부분을 새로 만들어질 사법행정회의에 넘겨 사법 행정을 총괄하도록 하는 개편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법원 내부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후속추진단이 마련한 사법개혁안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대전 지역 법원도 전체 판사회의를 열어 법원장이 직접 판사들의 의견을 청취했지만, 사법행정회의 설립과 외부 인사 참여에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추진단장 김수정 변호사는 지난 22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원 내부 의견 수렴을 강조한 나머지, 국민의 뜻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추진단이 대법원장에게 건의한 ‘구체적 법률 개정안’에 대해 다시 법원 구성원들로부터 ‘구체적인 법률 개정 방향’을 듣는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며 “사법발전위원회 건의문이 통과된 이후 추진단 활동까지의 시간과 기회를 모두 지나 보낸 다음, 왜 이제야 다시, 그것도 원점과 비슷한 상태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발전위원회는 물론 후속추진단에서도 (사법행정 제도 개선안에 관해) 의견이 치열하게 나뉘었고, 국정감사 당시 법원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요구된 점 등을 고려했다. 후속추진단 법안이 공개된 후에도 국회로부터 법원 내부 의견수렴을 요청받았으므로, 가급적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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