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씨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심신장애 상태였다’는 이씨의 주장에 대해 “이씨가 항소하면서 양형부당만 주장했으므로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기록을 살펴봐도 이씨가 사건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거나 양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의 상고에 대해서도 “사형,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징역·금고를 선고한 경우에는 검사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딸의 친구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추행하고 다음 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 시신을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또 아내를 성매매하도록 알선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 자신의 계부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도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나이 어린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과 유족의 심리적 고통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원심처럼 엄중한 형벌의 선택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피고인을 이성적이고,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취급해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장애를 가진 이씨가 치료를 받느라 중등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고 정서적·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왜곡된 가치체계를 지니게 됐다는 점을 판단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20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공개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도 명령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15)에 대해 지난 2일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성년자는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하면 교정당국의 판단에 따라 단기형 복역으로 형 집행을 끝낼 수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