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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부마항쟁 계엄포고는 위헌·위법” 첫 판단

등록 2018-11-29 14:19수정 2018-11-29 21:41

‘유언비어 유포’ 재심 사건서 무죄 확정
“기본권 침해,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국민 저항 탄압…군사상 필요 없이 공포”
1979년 10월 부산마산민주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자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던 당시 부산시청 앞에 탱크와 장갑차가 배치됐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1979년 10월 부산마산민주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자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던 당시 부산시청 앞에 탱크와 장갑차가 배치됐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1979년 부산·마산 민주항쟁에 대해 박정희 정권이 내렸던 계엄포고는 위헌·위법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부마 민주항쟁 당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영일(64)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1979년 10월18일 공포된 계엄포고 1호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 그 내용도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등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이는 위헌이고 위법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김씨의 혐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해 무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의 계엄포고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부마 민주항쟁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당시의 정치·사회 상황이 계엄법에서 (계엄포고 등 특별한 조처의 요건으로) 정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는 앰네스티 부산·경남지부 간사로 일하던 1979년 10월20일 부마 민주항쟁 진상 파악을 위해 부산에 온 손학규 당시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현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발포명령이 있었다' '총소리가 군중 속에서 났다' 등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부산지역에는 1979년 10월18일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며, 같은 날 ‘유언비어의 날조·유포를 엄금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엄포고 1호가 발령됐다.

김씨는 198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지만 2016년 7월 부마 민주항쟁보상법에 따라 재심이 개시됐다.

재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당시 김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김씨는 손씨 등에게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렸다거나 학생 수명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신빙성이 없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에서 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공갈탄 소리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들어, "김씨는 유언비어 자체를 그대로 전달하려 한 게 아니라 유언비어가 신빙성이 없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또 처벌 근거가 된 계엄포고 조항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의 국내 정치 상황 및 사회상황이 계엄포고의 ‘유언비어 날조 및 유포 금지’를 통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해야 할 정도로 군사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당시의 계엄포고는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공포된 것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계엄포고는 계엄법 조항과 결합해 형벌규정이 되므로 형법의 일반원칙인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돼야 하는데, ‘유언비어의 날조 및 유포를 금한다’는 규정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 아니라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나 계엄포고령 발령은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계엄포고 등 계엄사령관의 조처는 계엄법 조항을 보충하면서 이와 결합해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지니므로, 법원은 헌법 제107조 제2항의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법원의 위헌·위법 심사권’에 따라 계엄포고에 대한 심사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8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으나, 심리 끝에 애초 담당 재판부에 넘겨 선고하기로 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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